간에 작용, 노기(怒氣)로 인한 통증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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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청귤피

지난 13일 도의회에서 덜 익은 풋귤의 유통을 허용하는 조례가 통과되었다. 원래 미숙과(덜 익은 과일)는 감귤의 상품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유통이 금지되었는데, 이 미숙과의 기능성 성분을 활용할 수 있게끔 유통 규제가 완화된 것이다. 이제 8월 말일 이전에 나온 미숙과도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귤의 자연 적과를 이루고, 감귤의 공급 조절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올해도 노지 감귤의 과잉 생산이 예상된다. 감귤의 적정 공급량 조절은 농가의 소득 보전에 매우 중요하다. 미숙과의 적절한 유통은 이처럼 자체적인 소득 증대만이 아니라 공급량 조절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낳는다.

그렇다면 미숙과에는 과연 어떠한 효능이 있는 걸까. 현재 시중에 미숙과 과육에 여러 효능이 있다고 하여 몇 가지 상품이 나오고 있다. 사실 한의학적으로 효능은 과육에 있지 않고 껍질에 있다. 청피가 바로 그것이다.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는 청귤피(청피)는 귤의 아직 노랗게 변하기 전인 청색의 것을 말한다 하였고 현재 약전에도 온주밀감의 유과(幼果) 또는 미숙과를 청피라고 하고 있다. 지난번 살펴본 바의 잘 익는 노란색 과피를 의미하는 진피에 비교된다. 덜 익은 미숙과는 과육을 못 쓰고 버리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진피에 비해 대체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이 청피에는 소간파기(疎肝破氣)의 작용이 있는데 즉, 간을 소통시키고 응결된 기를 깨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한의학에서의 간장은 원활히 소통하는 것을 자기 성질로 삼는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기가 막혀 울체를 이루고 시간이 지나면서 각종 통증만이 아니라 유무형의 응결된 형태로 기체 증상이 심화되어 나타나게 된다. 이에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이 청피이다.

진피의 경우는 비기와 폐기를 주로 다스려 몸이 무겁고 소화 장애가 있다거나 가래가 나오는 등에 효과가 좋다면, 청피는 간에 작용을 하여 노기(怒氣)로 인한 각종 통증이나 기체로 응결된 증상에 좋다고 볼 수 있다. ‘불통즉통(不通則痛)’이라고 하여 기가 두루 돌아다니지 못하여 막히면 통증이 생기는데 이를 통하게 하여 통증을 해소하는 통즉불통(通則不痛)의 상태로 환원시켜 주는 것이다.

그런데 풋귤을 사용하는데 있어 한 가지 신중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무분별하게 풋귤의 쓰임을 과대 평가하거나 특정 성분만을 강조하여 부각하는 것이다. 청피에 헤스페리딘 등 특정 성분이 진피에 비해 훨씬 많이 들어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부분적인 지표물질이 전체 효능을 나타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천연물의 효능을 접근할 때 항상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한약은 다양한 성분들이 어우러져 서로 상승효과를 내면서 그 효능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약용작물을 활용함에 있어 산업화의 조급함으로 인해 결국 신뢰를 잃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격해 왔다. 이 경우 특정 성분이나 일시적 실험 데이터를 이슈화하며 매스컴 광고를 통해 대중들에게 인식시킨다. 하지만 실제 상품화하였을 때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또다른 ‘신상품’에게 인기를 뺏긴다. 이러한 반짝 인기만 반복되는 것을 우리는 종종 보게 된다. 효능이 아니라 인기를 가지고 버티는 방법의 한계이다.

명품에는 시간과 신뢰가 필요하다. 검증된 효능을 통해 일단 명품으로 인정 받는다면 억지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꾸준한 수요가 생긴다. 약재 또한 마찬가지이다. 홍삼은 굳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독보적인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한의학적 경험은 그 한약재의 효능에 대해 안정적이고 객관적인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어떤 실험과 분석보다 근거가 높다고 할 수 있는 수천년의 임상경험을 통한 효능이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에서 연구 되어지는 자원 중에는 앞서의 조급한 산업화의 우려를 보이는 작물이 없지 않다. 결국 장기적으로 관련산업의 신뢰를 추락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한의학적 접근을 통한 적절한 보완이 필요하며 또한 이를 공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의 역할도 꼭 필요하다.

요컨대 풋귤의 효능은 주로 껍질에 있으며 한의학적 효능은 노기를 풀어주고 이로 인한 각종 통증을 해소하고 응결을 풀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청피의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져 제주 감귤의 자연 공급조절 효과와 더불어 주요한 고부가가치 농가 소득원으로 자리잡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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