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완벽한 구조와 경관을 지닌 역사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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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국시대부터 2000년 제주역사의 산실

제주성(城)은 제주의 영광과 회한을 간직한 역사의 산실이었다. 그 공간과 건축물은 완벽한 구조와 경관을 갖추고 있었다. 본지는 ‘제주의 방어유적을 찾아서’ 2부 기획으로 제주성의 역사와 변천 과정, 상징적 건축물을 소개하면서 문화 유산적 가치를 재조명한다.【편집자 주】

 

▲ 제주성 그림지도 가운데 가장 세밀하게 묘사된 탐라순력도(1702년)에 나온 제주성 모습.

제주성은 탐라국 시대 동쪽 산지천과 서쪽 병문천을 자연적인 해자로 삼아 고성(古城)이 축조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성이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1408년(태종 8)이다. “큰 비가 내려 제주성에 물이 들어와 관아와 민가가 잠기고 곡식의 절반이 침수됐다”고 기록됐다. 1411년 김정준 제주목사는 제주성을 다시 수축했다.

제주성의 둘레는 계속 바뀌었지만 1755년(영조 31) 이후부터 5489척(1.7㎞), 높이 11척(3.4m)으로 동일하게 소개되고 있다. 전체 성곽 길이는 3㎞에 이르렀다.

성안에 우물이 없었고 성 밖의 산지천변 가락천(嘉樂泉·가락쿳물)의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겹성을 쌓았다.

1512년(중종 7) 김석철 목사는 해자를 파고 판교를 설치했다. 김 목사는 “제주성의 주위에 긴 참호를 아주 깊게 파서 모두 널판으로 다리를 놓았다.

밤에는 들어 올리고 낮에는 내려서 백성들이 걱정이 없게 방비를 했다”고 사료에 썼다.

제주성의 자세한 시설은 이원진의 탐라지(1653년)에 나온다. 동문·남문·서문의 3문과 남·북수구의 수문 2문, 격대 27개소, 타첩 404개 등 부대시설을 기록했다.

격대는 돌출된 성벽으로 적을 정면이나 측면에서 격퇴할 수 있도록 한 방어시설이다. 타첩은 성벽 위 군사들이 몸을 숨길 수 있도록 ‘凸’ 모양으로 쌓은 방어벽이다.

제주성이 오늘날의 성곽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1565년 곽흘 목사 때였다. 곽 목사는 산지천을 성안으로 들이기 위해 동성(東城)을 뒤로 밀려서 지금의 제주지방기상청 일대까지 확장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1555년 60여 척의 배에 탄 왜구 1000여 명이 남수각 동쪽 능선에 진을 치고 산지천 밑에 있는 제주성을 내려다보며 3일 동안 공격했기 때문이다.

당시 효용군(驍勇軍·용맹스런 군인) 70명이 적진으로 돌격, 왜구를 타격했고 민·군이 힘을 합쳐 물리쳤다.

외적의 침략에 대비해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산지천이 제주성 안으로 들어오면서 물을 끌어 들이거나 흘려보내는 수구(水口)가 필요해졌다. 1599년 성윤문 목사가 남수구와 북수구 2개의 수구를 축조했다.

또 남·북수구를 건너기 위해 아치형 무지개다리인 홍예문(虹霓門)이 설치됐다.

그런데 산지천을 끌어들인 결과 하천이 범람 할 때마다 침수 피해를 자주 입었다.

 

▲ 제주시 남문사거리 인근에 있었던 1910년대 제주성 남문 모습. 성문 위에는 사방을 살피기 위해 문루(門樓)가 설치됐다. 남문의 문루명은 정원루(定遠樓)다. 3문의 문루 중 가장 마지막에 헐렸다.

1780년(정조 4) 김영수 목사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산지천변을 따라 제방용 성곽을 다시 쌓았다.

이른바 간성(間城)이다. 간성은 높이 9척(2.7m), 길이 551보(689m)로 축성됐다. 간성을 출입하기 위해 중인문과 소인문 2개의 성문이 설치됐다.

탐라국부터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근·현대 시기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였던 제주성은 2000년 제주역사가 고스란히 집적돼 있다.

그러나 1910년 일제강점기에 접어들어 성벽 전체를 헐어내기 시작한 후 불과 20년 만에 제주의 대표 축조물은 역사에서 사라져 버렸다.

오현단에 남은 일부 성곽은 1971년 제주도 기념물 제3호로 지정됐지만 제주성지(濟州城址)는 원도심으로 전락하면서 화려했던 옛 영광은 석양에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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