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 보훈의 달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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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수필가

며칠 전 TV를 시청하다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PD가 거리를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6·25가 무슨 날인가’하고 질문을 던졌다. 50대로 보이는 중년 부인은 ‘전쟁이 일어난 날인가?’하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은 머뭇거린다. 초등학생은 ‘광복절’이라고 답한다. 우리 안보의식의 현주소를 보는 듯해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과거 우리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6월이 되면 반공교육에 대한 각종 행사가 벌어졌다. 웅변대회를 하는가 하면 백일장도 치르곤 했다. 한 달 동안 가무를 자제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지내도록 정부에서 강하게 행정을 펼쳤다.

지금은 학교나 각종 기관에서 현충일과 6·25에 대한 계기교육이 미흡한 편이다. 오히려 번거롭게 여기는 듯하다. 점점 우리 마음 밭에서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60년 대 후반 군에서 근무를 할 때다. 월남전이 막바지를 향하여 치닫고 있었다. 젊은 기백에 전쟁을 몸소 겪어 보고 싶은 충동에 월남전에 지원을 했다. 옆에서 전우가 쓰러져 가는 것을 보면서 울분을 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전쟁은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장에서 몸으로 체험했다.

6·25 전쟁이 일어난 지 반세기를 훌쩍 넘었다. 전쟁으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이산가족이 생겼다. 그 아픔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전쟁이란 단어를 까맣게 잊고 있다. 포성은 멎었지만 전쟁이 종식된 것은 아니다. 휴화산처럼 쉬고 있을 뿐이다. 언제 다시 평화로운 이 땅이 화염으로 휩싸일지 모른다.

그동안 북한은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목침 지뢰폭발 등 수많은 도발을 일삼아왔다. 반성하기는커녕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으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민주국가이니 누구도 막을 길은 없다. 그러나 나라를 지키는 일, 국가 안보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서로 힘을 합해도 부족할 판에 여기저기서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움만 벌이고 있으니 국가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지난 16일 신산공원에서 300여 명의 참전용사와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제5회 호국영웅 참전영령 합동추념식이 거행되었다.

“호국영령들의 넋을 추모하고 그 고귀한 충정을 영원히 가슴에 새기면서 이제 모든 시름 다 내려놓으시고 고이 잠드소서!” 라는 추모사가 끝나자 참전용사들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비록 자그마한 행사지만 이 행사가 불씨가 되어 전국 방방곡곡으로 번져나가 안보의식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날은 생존경쟁의 시대다. 약한 것은 강한 자에게 먹히게 마련이다. 이는 자연도 인간도 살아가는 데 불변의 법칙이다.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려면 안보의식을 확고히 다지는 일이 급선무다. 먼저 학생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일깨워주는 계기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나 각종 기관에서 안보교육이 내실 있게 이루어져 한다. 부모가 없는 ‘나’가 있을 수 없고 나라가 없는 ‘우리’가 있을 수 있으랴.

전쟁의 아픈 상처를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옷고름을 여미고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에 한 치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호국 영령들이 환하게 미소 지을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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