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투기꾼들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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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투기(投機)는 던질 투(投)자와 기회 기(機)자로 이뤄졌다. ‘기회를 던지다’란 뜻이다. 사전적 정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함, 또는 그 일’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시세 변동을 이용해 차익을 얻으려는 매매거래를 가리킨다. 둘 다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불교에서 유래된 이 말은 본래는 그렇지 않았다. 불가에선 ‘수행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크게 깨닫는 일’ 또는 ‘조사(祖師)의 기(機)와 학인(學人)의 기(機)가 일치하는 일’을 투기라고 했다. 이로 볼 때 투기는 아주 심오한 수행의 경지를 나타내는 긍정적 의미의 단어였다.

▲요즘 투기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돈을 던져 기회를 잡는다는 경제용어로 통용된다. 특히 아파트와 땅투기에서 보듯 부동산과 떼놓을 수 없다. 부동산에서 투기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우선 가수요자의 행위가 많고 땅값이 싼 미성숙지 등을 필요량 이상으로 구입한다. 따라서 이용ㆍ관리할 의사가 없다.

거기에다 예측 불허의 양도차익이 목적이며 투기가격으로 거래한다. 단기간 보유해 전매로 이익을 실현시키고 모험적ㆍ도박적 금전투입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사회적 기여도가 전혀 없다. 그런 점에서 투기는 누군가를 피눈물 나게 하는 사행적 행위다.

▲투기의 역사는 오래다. 그 효시는 로마시대였다. 기원전 264~146년까지 로마는 한니발이 이끈 카르타고와 세 차례 포에니전쟁을 치렀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는 점령지의 토지를 귀족과 군인에게 하사했다. 이때 로마 귀족들은 땅투기를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우리나라 부동산 투기는 1960년대 말 ‘서울 말죽거리(양재역 일대) 신화’로부터 출발한다. 당시 이 곳의 땅값은 평당 200∼300원 정도였다. 한데 제3한강교와 경부고속도로 건설계획 등이 발표되면서 평당 5000∼6000원으로 뛰었다. 현재는 평당 5000만원을 넘는 곳이 많다고 하니 50년간 20만배 이상 오른 셈이다.

▲제주는 지금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그만큼 시장 과열에 편승해 편법ㆍ탈법으로 한몫을 챙기려는 투기 세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 짧은 시간에 시세차익을 노리는 외지 기획부동산 업자들이다. 그래서인지 마치 제주가 ‘투기꾼들의 천국’으로 전락한 듯하다.

그제 제2공항이 들어서는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토지를 불법으로 쪼개 팔아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한 투기꾼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불과 1년 만에 100억원대의 차익을 남겼다고 한다. ‘헉’ 소리가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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