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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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사회부장대우
“곽지과물해변 해수풀장과 협재 올레길 목재데크는 청정과 공존이라는 도정 가치를 훼손했다. 작은 일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아서는 안 된다.”

30일 퇴임한 김병립 제주시장이 마지막 간부회의에서 당부한 말이다. 26대에 이어 29대까지 두 차례 시장을 역임한 그는 ‘신뢰’를 강조하며 떠났다.

김 시장은 교통난, 주차난, 쓰레기난을 해결하기 위해 3대 불법·무질서 근절 운동을 펼쳤다.

인구 50만 시대를 앞두고 벌어질 3대 난을 막기 위해 검을 뽑았다. 불법 주차, 쓰레기 투기, 도로 사유화 행위를 막는 것은 제주시의 최대 과제가 됐다.

26개 전 읍·면·동 자생단체가 팔을 걷어붙였다. 결의 대회가 열렸고, 단속 실적은 읍·면·동장의 평가 잣대가 됐다.

일상에 만연된 비정상적인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꺼낸 칼날이 무뎌지는 일이 벌어졌다.

곽지 해수풀장은 행정절차를 밟지 않은 위법한 사업으로, 협재 목재데크는 환경 파괴 문제로 공사 중에 철거됐다.

불법 근절에 나섰던 제주시가 불신을 초래한 것이다.

떠나는 날까지 마음에 걸린 탓일까. 김 시장은 “시정에 대해 시민들은 우호적이거나 칭찬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어려운 현안을 해결하는 데 함께했던 직원들이 기억날 것”이라며 소회를 털어놨다.

그를 두고 간부 공무원들은 “역대 시장은 손대지 못했던 현안을 처리했다”고 평했다.

덧붙여 “민원에 시달릴 일은 시장이 앞장서서 방패막이가 돼줬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중앙지하상가 조례 개정 및 보수공사, 동문시장 좌판 인도 점령, 봉개매립장 사용 연장 등 이해당사자로부터 심한 반발을 불러온 현안에 손을 댔다. 김 시장은 경찰력을 동원해서라도 지하상가 보수공사를 단행하겠다며 입지를 굽히지 않았다.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1600㏄ 이상 중형 승용차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한 차고지 증명제 확대 시행도 밀어 붙였다.

김 시장은 떠나면서 “제주시 공무원들이 일당백(一當百)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면에는 행정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인력이 부족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물의를 빚었던 곽지 해수풀장과 협재 목재데크 공사와 관련, 담당 공무원들은 업무에 쫓기면서 현장을 수시로 방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민원과는 직원 1인당 매달 100건이 넘는 건축 인·허가를 처리하지만 민원이 폭주해 직원들이 자정에 퇴근하는 날이 늘고 있다.

연간 10만건의 차량 등록 업무를 맡고 있는 자동차등록사업소를 비롯해 위생관리과, 세무과, 재산세과는 민원 창구에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점심시간 외에는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제주도 전체 인구의 74%(47만6000명)가 살고 있는 제주시는 공무원 1인당 담당 주민 수는 319명이다.

전국 평균 176명에 비해 갑절 가까이 많아 행정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민선 6기 제주도정의 임기 반환점을 맞은 시점에서 고경실 시장이 1일 부임한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현안과 민원에 대해 고 시장의 추진력과 기획력이 요구되고 있다.

반면 제주시 공직사회는 업무 부담이 높다며 호소하고 있다. 일부 여성 공무원들은 업무 과중으로 육아휴직을 내면서 인사부서는 정기인사 때마다 인원 충원에 진땀을 빼고 있다.

제주시호를 움직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경실 선장이 어떻게 배를 움직일지 기대와 걱정이 교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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