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이 머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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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수필가

100세 시대. 건강에 대해 관심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회식 자리에서도 단골손님처럼 건강에 대한 건배사가 빠지지 않는다. 사람이 오래 살고 싶은 게 욕망이고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요즘 산을 오르거나 운동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제주시보건소에 헬스장이 개방되어 언제든지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운동기구가 많은 것은 아니나 러닝머신과 기본적인 것은 갖춰져 크게 부족함이 없다.

어느 날 헬스장에서 운동에 몰입하고 있을 때다. 두 사람이 얼굴을 붉히며 언쟁이 벌어졌다. 한 사람은 운동하고 나니 땀이 나 선풍기를 켜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한 사람은 감기에 걸려 틀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어느 쪽도 양보할 뜻이 없이 평행선이다.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했다.

며칠 전 약속이 있어 집을 나섰다. 광양로터리 부근을 지날 때다. 갑자기 차가 밀리기 시작한다. 시간은 점점 빠듯해 오는데 차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출근시간인데 한길에 레미콘차를 세워둔 채 작업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황금 같은 시간을 뺏기고 있는 것이다. 시민은 안중에도 없다. 집을 짓는 것이야 누가 뭐랄 수 없지만, 하필이면 아침 출근시간에 공사하다니. 법이 있어도 단속을 하지 않는 건지, 아예 법이 없는 건지 안타까웠다.

그뿐만 아니다. 보도블록을 교체할 경우나 도로공사 할 때도 마찬가지다. 시도 때도 없이 공사를 한다. 안내판에다 몇 글자 써 놓는 게 고작이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시민들의 안전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프랑스에 간 적이 있다. 귀국하기 위해 여명의 시간에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곤히 잠든 그 시간에 도로공사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전 제주시장이 간부회의에서 최근 출·퇴근 시간대 도로를 가로지르는 땅파기 공사로 차량 통행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며 가급적 도로공사는 야간에 시행해 줄 것을 주문했다. 자신도 도로공사로 인해 출근하는 데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고 한다. 긴급 상황이 아니면 도로공사는 가급적 야간에 하는 등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당부한 것.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것’처럼 지금부터라도 시민의 불편한 점을 해소하겠다니 다행한 일이다.

혼자 사는 세상이라면 무슨 일을 하건 문제될 게 없다. 두 사람 이상이면 상황은 달라진다. 생각도 다르고 행동도 다르고 입맛까지 다르다. 어느 하나 같은 게 없으니 부딪칠 것은 예견된 일이다. 그럼에도 서로 맞불을 놓고 아옹다옹 양보할 기색이 없다.

집을 나서면 모든 게 공용이고 공공이다. 같이 쓰는 것이고 함께 하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자기 것인 양 맘대로 행세를 한다. 독선이고 갑질이다. 어떤 일을 하든지 상대방의 의견을 묻는 게 도리다. 그리고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을 때 하는 게 공동생활의 기본이 아닐까.

사람들이 문밖을 나갈 때는 남에게 가르쳐 주는 스승이 될 수도 있고, 남에게 가르침을 받는 학생일 수도 있다. 행동거지에 조심해야 한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데 공공질서를 지키는 일은 복지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적어도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 한.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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