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혀 먹어도 이렇게 맛있는 국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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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잎국

예전 제주의 집 담벼락에는 어느 곳나 호박을 심어 놓고 넝쿨이 담을 타고 올라 여름이면 온 담장을 호박잎이 덮곤 했다. 노란 호박꽃이 피는 것을 보면서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끼고, 호박이 달리고 튼실하게 커가는 모습을 보면 빈약한 밥상에 달달한 호박고지를 올리고 갈치호박국을 만들어 먹을 생각에 괜한 뿌듯함도 느꼈다.

호박은 다른 채소에 비해 재배가 쉽고 병충해에도 강해서 농약을 칠 필요가 없는 무공해 식품이다. 오랑캐로부터 전해진 박이라는 의미로 ‘호박’이라 부른다. 통일신라시대에 이미 재배되었던 사실이 증명되었을 만큼 오래된 작물이다. 제주의 어른들은 이 호박의 잎을 식용으로 활용하기도 했는데 살짝 쪄서 밥을 싸먹거나 국을 만들었다.

‘호박잎국’은 특히 여름철 여린 호박잎을 꺾어서 물에 넣고 바락바락 주물러서 초록색 물이 적당히 빠지면 그냥 찬물에 넣고 끓이면서 밀가루나 보릿가루, 또는 메밀가루를 물에 풀어 넣고 청장으로 간을 하면 된다. 정말 간단하고 분명히 별다른 재료를 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구수하고 특별한 맛을 낸다. 더구나 이 국은 식혀서 차게 먹어도 맛있고 한 번 더 끓이면 더 구수해진다. 정말 매력적인 음식이 아닐 수 없다.

호박잎은 식용으로 이용하는 것 외에 갈치의 은비늘을 제거하는 데에도 이용하기도 했다. 옛 제주사람들의 생활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사례라 하겠다.

재료

호박잎 200g·밀가루 또는 보릿가루 2분의 1컵·물 1000cc·청장 1큰술

만드는법

①호박잎은 줄기에서 거친 섬유질을 잡고 당겨서 얇은 막을 제거한다. ②호박잎을 찢고 흐르는 물에 주무르면서 씻으면 초록색 진액이 씻겨 나오는데 색이 다 빠질 때까지 주물러 씻는다. ③냄비에 물을 넣고 끓으면 호박잎을 넣는다. ④밀가루나 보릿가루를 물에 약간 걸쭉하게 개어서 집어 넣고 다시 한소끔 끓으면 청장으로 간한다.

요리팁

①청장이 없으면 국간장이나 조선간장으로 일부 가늘 하고 소금으로 보충한다. ②밀가루나 보릿가루를 너무 되직하게 만들면 수제비가 되므로 묽게 풀어서 사용하 는 것이 제 맛을 내는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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