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몸의 습기를 없애 기운을 북돋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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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메밀

메밀하면 ‘메밀꽃 필 무렵’의 ‘봉평’이 생각난다. 실제로 봉평은 메밀 관련 스토리텔링으로 지역 경제에 적지 않은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봉평 메밀의 상당량이 제주산이라는 사실을. 제주의 메밀 생산량이 전국의 48%인 반면 강원도는 14%이다. 제주에는 메밀 관련 설화도 있다. 이 설화에 의하면 제주도 3명의 농경 신 중에 하나인 자청비 여신이 오곡의 씨앗을 받아 땅으로 와 파종을 하고 보니 종자 한 가지가 없었는데 그것이 바로 메밀이었다.

서둘러 하늘로 가서 메밀 씨앗을 가져오다 보니 파종 시기는 늦게 되었지만 수확 시기는 타 농작물과 비슷하였다는 것. 제주의 세경본풀이에 나오는 설화 내용으로 메밀 관련 설화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하다고 한다.

요즘 메밀이 인기이다. 글루텐은 없고 루틴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글루텐은 밀가루에 특유한 성분으로 알러지를 유발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고, 루틴은 혈관 관련 질환에 효능이 있다. 제주도는 이러한 메밀의 역사성과 산업적 가치를 파악하고 지난 3월 ‘제주메밀육성사업단’을 창립한 바 있다.

메밀은 약전에 정식 등재된 한약재는 아니다. 하지만 동의보감에 메밀의 효능과 처방 예에 대한 내용이 적잖게 나오는데, 메밀은 성질이 차고 오장의 더러운 찌꺼기를 제거한다고 하였다. 본초강목에는 기(氣)가 성하여 습열(濕熱)이 있는 자에게 마땅하며 비위가 허한(虛寒)한 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세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 처방 예를 보면 여성의 적백대하, 다리가 붓는 각기병, 각종 옹저, 그리고 두창(천연두)에 주로 쓰였다.

현대 의학적으로 염증성 질환에 많이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메밀은 성질이 차고 습열을 치료한다. 습은 비기가 약하여 수도(水道)를 선행하지 못하고 정체하여 생긴 것이다. 몸이 무겁다, 잠을 자도 피곤하다, 비오기전 무릎이 시큰거린다, 변이 묽다, 살이 쪄있다, 냉대하가 있다, 우울하다, 잘 붓는다, 소변이 시원하지 않다 등 이 모든 것이 濕의 증상이다.

이런 습의 증상을 치료한다고 하니 동의보감에 표현된 대로 실로 장위를 실하게 하고 기력을 높인다는 실장위 익기력(實腸胃 益氣力)의 효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습열한 사람에게 좋다고 하였다면 날씨는 어떤 때에 먹는 것이 좋을까. 당연히 습과 열이 낀 날씨에 좋다.

요즘같이 습한 여름철에 제격인 음식이 바로 메밀이다. 實腸胃 益氣力 효능은 인삼처럼 기가 허한 것을 보하는 작용으로서가 아니라 몸의 습기를 제거하여 대사기능을 원활이 함으로써 자연히 기력이 생기도록 하는 기전이다.

그래서 선인들은 여름철 습한 기운에 지쳐있을 때 메밀국수로 장을 튼튼히 하고 기운을 낸 것으로 보여진다.

참으로 지혜로운 음식 문화이다. 특히 제주도는 습한 지역이라 메밀은 도민의 건강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머리가 무거워지는 것도 습의 증상이다. 원래 머리는 모든 양(陽)의 기운이 모이는 위치라 그 기(氣)가 청명하고 높아 총명한 기운이 여기에 이어져 있다.

맑지 못하면 침중하여 머리가 무거워지는 데 이것도 습의 증상 중 하나이다.

따라서 메밀껍질로 베개를 만들면 머리의 습한 기운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또한 두무냉통(頭無冷痛, 머리는 차가워서 생기는 병이 없다)이라고 하듯이 원래 머리는 차갑게 하는 게 좋다.

따라서 찬 성질의 메밀 베게가 머리를 시원하게 하여 몸을 이롭게 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메밀의 활용은 다양하다.

요즘 연일 계속되는 안개로 몸이 찌뿌둥하다. 이번 주말에는 간만에 메밀국수로 몸 안의 습을 쳐내야겠다.

이런 날씨에 기운을 돋구는 益氣力 작용은 인삼이 아닌 메밀에 달려 있다.

메밀사업단이 성공적으로 사업화하여 제주의 메밀국수, 메밀빙떡 그리고 메밀베개가 세계적인 상품으로 발전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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