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탐라천년의 古都...영욕의 세월 간직
(3) 탐라천년의 古都...영욕의 세월 간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화재 소실, 일제 훼손에도 중심지 됐던 제주목 관아
▲ 탐라 천년의 고도인 제주목 관아를 고증과 옛 문헌을 통해 복원한 모습.

제주목 관아(濟州牧 官衙)는 탐라 천년의 고도(古都)이자 통치의 중심지였다.

탐라시대부터 고려, 조선,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치·행정·문화가 집약됐던 곳이었다. 탐라국시대에는 성주청(星主聽)이 들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옛 도읍지는 1434년(세종 16) 대화재로 관아 건물이 모두 불타면서 소실됐다. 22대 목사인 최해산이 재건을 시작, 이듬해인 1435년 골격이 갖춰졌다. 조선시대 내내 증축과 개축이 이뤄졌다.

최 목사는 영청인 홍화각(弘化閣)을 비롯해 종루(鐘樓), 금당(琴堂), 정당(政堂), 약고(藥庫), 낭사(廊舍) 등을 새로 지었다.

제주 출신으로 한성판윤을 지낸 고득종은 홍화각 등을 건립하게 된 전말을 홍화각기(弘化閣記·1435년)에 기록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제주목 관아는 58동 206칸 규모로 지어졌다.

후일의 화재를 대비하기 위해 관아 건물은 서로 닿지 않도록 건축했고 담장을 쌓았다.

관아는 관덕정을 중심으로 좌우로 배치됐다. 현 사적지인 좌측에는 목사의 동헌과 관아 시설, 우측(옛 제주대병원)에는 제주판관 집무실 등이 있었다.

이외에 좌수·별감이 집무하던 향청, 육방의 우두머리가 집무하던 작청, 군장교의 장청, 회계 사무를 관장하던 공수청, 죄인을 가두는 옥, 노비들의 거처인 관노방 등이 들어섰다.

관아의 북쪽에는 국권을 상징하는 객사인 영주관이 있었다. 이곳은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殿牌·나무패)를 안치하고 초하루와 보름에 왕이 있는 대궐을 향해 절을 올리는 향망궐배(向望闕拜)를 했다. 객사는 제주의 또 다른 이름인 영주(瀛洲)를 차용해 영주관으로 불렸다.

복원된 시설을 보면 군사령관을 겸직한 목사가 군사의 업무를 보던 중심 건물인 홍화각을 비롯해 행정 사무를 보던 연희각이 있다.

정자인 우련당 옆에는 화재에 대비한 물을 가둔 연못이 있다. 연회를 열던 장소였으나 나중에는 진상품을 바치는 곳으로 이용됐다.

귤림당은 목사가 바둑을 두거나 시를 지으며 휴식을 취하던 곳이었다. 영주협당은 목사를 보좌하는 군관들이 근무하던 관청이었다.

 

▲ 조선시대 제주목 관아에선 하루에 6번 수문장 교대 의식과 순찰이 이뤄졌다. 제주시는 매년 7월부터 10월까지 교대 의식을 재현하고 있다

관아의 관문(외대문)은 진해루라 불렸다. 외대문 2층 누각에는 종루가 설치돼 새벽과 저녁에 종을 쳐 성문을 열고 닫았다.

외대문 앞에는 수령이하개하마(守令以下皆下馬)라고 새겨진 하마비(下馬碑)가 세워졌다. 수령인 목사와 현감 이외에는 걸어서 들어가야 했다.

조선시대 대역사(大役事)인 제주목 관아는 일제강점기에 접어들어 관덕정을 제외하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제주시는 1991년부터 1998년까지 4차례 발굴조사를 벌여 탐라순력도(1702년)와 탐라방영총람(1760년) 고문헌에 그려진 관아 건물의 초석과 기단석을 발견했다.

그 아래로는 탐라·고려시대의 유구가 자리 잡고 있음이 확인됐다.

발굴 과정에서 기와 조각과 15~16세기 분청사기 및 백자 조각이 다량으로 출토됐다.

제주시는 조선시대 관아 건물의 배치도가 확인됨에 따라 1999년부터 2002년까지 175억원을 들여 29동의 건물과 시설을 재현한 제주목 관아(국가사적 380호) 1·2단계 복원사업을 완료했다.

당시 시민들은 기와 헌와(獻瓦) 운동을 벌여 복원에 필요한 기와 5만장 전량을 기부했다. 시민들의 정성으로 선조들의 혼과 숨결이 살아 있는 제주목 관아가 부활했다.

제주시는 2013년 3단계 복원사업으로 정밀 발굴조사를 벌어 임금의 위패를 모신 영주관 객사터를 확인했으나 제주북초등학교 부지와 도로가 포함돼 복원사업이 중단됐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