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기당미술관-삼매봉 자락에 '눌' 형태로 오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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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삼매봉 아래 비탈진 공간에 지어진 기당미술관. 1987년 국내 최초의 시립미술관으로 개관했다.

김홍식 전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70)는 1983년 서귀포시 법환동 출신인 재일교포 기당(奇堂) 강구범 선생의 가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일본에서 번 돈을 고향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서귀포에 미술관을 짓고 싶다며 설계를 요청하는 내용이다.

 

건축 예정지는 삼매봉 아래 비탈진 공간.

 

경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제주적인 건축물을 지어달라는 주문에 김 교수는 농사를 짓고 난 후 부산물로 쌓은 ‘눌’을 머리에 떠올렸다.

 

건물 내부도 돌아가면서 야적시키는 ‘눌’ 형태에 따라 경사지를 이용해 단층을 쌓아가면서 나선형으로 꾸몄다.

 

계단을 따라 물이 흐르듯이 동선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입구에서 한참 걷다보면 어느 새 제자리다.

 

전체 내부 공간의 흐름을 주도하는 두 개의 핵심 공간인 주 전시실과 상설 전시실이 소규모 홀을 중심으로 배치됐다.

 

외장재는 현무암으로 했고 지붕 역시 제주 초가 느낌을 살렸다.

 

▲ 기당미술관 내 재현된 변시지 화백의 화실. 이젤과 화구 등 변 화백이 사용했던 도구들이 있다

건물이 완성된 후 서귀포시에 기증됨에 따라 1987년 7월 1일 문을 열었다. 전국 최초의 시립미술관이 탄생한 배경이다.

 

상설 전시실에는 제주가 낳은 세계적인 화가 변시지 선생(1926~2013)의 작품이 연중 전시되고 있다.

 

또 기당 선생의 친형인 서예가 강용범 선생의 서예작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고, 기획 전시실에서는 테마별로 소장품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미술관에는 변 화백 외에도 김기창, 장우성, 이왈종, 장리석, 박노수 등 국내 화단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회화, 조각, 공예, 판화, 서예 부문 작품 700점이 소장돼 있다.

 

서귀포시 남성중로 153번길 15(서홍동 621번지)에 조성된 미술관은 연면적 960.29㎡ 규모에 지상1층, 지하 1층 규모로 지어졌고 전시실(601.29㎡), 수장고(58㎡) 등으로 구성됐다.

 

한편 기당미술관 외에도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기당미술관, 성판악 매표소, 제주 저지 예술인마을 선장헌, 제주 제일고등학교 등을 설계한 김 전 교수는 제주도 민가와 전통 건축의 조사·연구에 대한 초석을 다진 공로를 인정받아 제주건축문화제 조직위원회로부터 ‘2015 제주건축문화대상’ 건축문화인상을 받았다.

<김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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