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제지기오름-혼자 나서도 좋다…파도 소리가 벗이 될테니
(23) 제지기오름-혼자 나서도 좋다…파도 소리가 벗이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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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지기오름은 보목 포구 뒤로 병풍처럼 서있어 마을과 마을 앞 바다를 지키는 수호신 같다.

여름하면 살얼음 띄운 시원한 국물에 뼈째 씹어 먹는 식감이 일품인 자리물회를 빠뜨릴 수 없다. 또 자리물회 하면 서귀포시 보목마을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서귀포 남쪽에 위치한 보목동은 제주에서 가장 따뜻한 마을이다.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드물어 춥지 않고, 일조량도 풍부해 감귤이 맛있다. 집집마다 쌓아진 돌담은 정겹다. 마을 앞 바다 위에는 섶섬이 떠있고, 포구 동쪽으로는 제지기오름이 병풍처럼 서있다. 산과 바다를 모두 갖춘 보목마을은 그래서 아름답다.


제지기오름은 마을과 마을 앞바다를 지키는 수호신 같다. 오름은 보목 포구에서 하효동을 잇는 마을길에서 쉽게 입구를 찾을 수 있다. 제지기오름의 원래 이름은 절오름이다. 오름 중턱에 바위굴이 있고,그곳에 절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는 길이 끊겨 굴에 올라갈 수 없지만 그곳에 절을 지키는 절지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절지기오름이라고도 불리던 이름은 차차 와전되어 제지기오름이 되었다. 한자로는 사악(寺岳)이라고도 한다. 오름은 사유지로 면적의 80%는 통일재단이, 20%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오름은 표고 94.8m로 낮다. 하지만 계단의 형태로 탐방로가 산을 돌며 400m 나있다. 정상까지 20분 정도 소요되는 짧은 거리지만 단숨에 오르기엔 숨이 찬다. 원시림 같은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느끼며 산책하듯 오르면 제지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바다 바로 앞에 붙은 오름은 파도소리가 더위를 식혀준다.


특히 올레길 6코스를 걸었다면 누구나 인연이 있는 오름이다. 관광지 쇠소깍을 시작으로 외돌개까지 이어지는 코스가 오름과 연결돼 있어 주민뿐 아니라 올레꾼들에게도 인기 많은 장소다.

 

원추형 모양의 오름은 겉모습과 달리 정상부에 넓은 평지 공간이 있다. 운동기구와 간이 전망대, 정상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산책로까지 개설돼 있다. 전망대에선 보목동과 섶섬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또 산책로를 따라 뻗어있는 노송은 세월을 이긴 듯 멋스럽다. 아직 재선충병 감염 없이 잘 보존되어 있는 소나무 숲을 따라 이어지는 산행은 세상만사를 잠시 잊기 위한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 제지기오름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섶섬과 보목동

♦여름하면 ‘자리물회’


자리돔은 한자리를 떠나지 않고 살아서 ‘자리(자리돔의 줄임말)’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리가 대대로 자리 잡은 마을이 보목이다. 그래서 자리는 보목의 자랑이다.


보목 자리는 물살이 느리고 순한 보목 앞바다를 닮아 뼈가 연하고 고소하다. 봄에 가장 맛이 좋고, 여름에는 산란기로 접어들어 살이 통통하게 올라 계란 같다.


자리는 작고 연해 ‘세꼬시(뼈째 썰어 먹는 회)’로도 먹고, 구이로도 먹는다. 하지만 더운 날에는 역시 물회다. 비늘과 지느러미만 제거해 뼈째 어슷 썰어 만든 자리물회는 제주 도민들의 단골 메뉴이자 별미다.


제주에서는 된장과 고춧가루로 자리물회의 육수를 낸다. 여기에 풋고추, 깻잎, 오이 등과 얼음을 섞어 시원하게 즐긴다. 자리는 원래 기름이 많은 생선이다. 하지만 물회에는 초피(제주에선 ‘재피’라 불림)라는 아카시아와 비슷한 향내를 지닌 나뭇잎과 빙초산을 넣어 맛을 내기 때문에 새콤하고 담백하다.


최근 들어서는 관광객의 입맛에 맞춰 대부분의 식당에서 고추장을 사용한다. 빙초산도 사과식초로 바뀌었다.


임주원 기자 koboki@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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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랑 2021-10-03 22:41:53
뒤늦게 발견한 기사이지만, 글 한구절 마다 특유의 색깜으로 눈과 귀가 그리고 마음이 교감되는 유익한 글 귀였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