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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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준 한국문인협회 이사/작가/논설위원

송나라 때 저공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원숭이들을 매우 좋아하여 여러 마리를 길렀다. 저공은 집안 식구들의 먹을 것을 줄여가며 원숭이들의 욕구를 채워주었다. 그러나 얼마 후 먹이가 부족하여 그 먹이를 줄이고자 했으나 원숭이들의 원망을 두려워하여 먼저 속임수를 써서 말했다. ‘너희에게 도토리를 주되 아침에 3개를 주고 저녁에 4개를 주마’ 그러자 원숭이들은 일제히 화를 냈다. 그러자 저공은 말을 바꾸어 ‘그럼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마’ 그러자 원숭이들을 엎드려 절하며 기뻐했다. 중국의 고전에 나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에 관한 애기다.

요즘 정부는 예술인들을 원숭이 취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지하다시피 박근혜 정부는 국정 지표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전 정부가 문화예술 창작과 지원 사업에 치중했다면 이 정부는 모든 국민들에게 문화의 혜택을 골고루 나눠 지역별 계층별 문화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말이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문화기본법을 제정하고, 예술인복지법 개정, 문화가 있는 삶의 8대 정책과제를 만들고, 문화가 있는 날을 지정하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전국 시도에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두어 소외된 지역민이나 계층에게도 문화예술을 보급하여 문화 복지를 이루겠다는 계획은 일견 성공한 면도 있다.

그런데 시행과정에서 조삼모사의 우가 나타났다.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전체 예산 대비 문화 재정 2% 확보는 이미 물 건너 간 지 오래고 문화예술 예산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예산이 줄어드니 담당 관리는 송나라 저공과 같은 얄팍한 꾀를 쓰고 있다.

문화의 세기에 걸맞게 2천 년대에 들어서면서 문학계에도 우후죽순처럼 문학잡지가 생겨났고, 정부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 했다. 그 결과에 대한 평가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지만 명암은 뚜렷이 드러난다. 문학에 대한 관심 고조와 문학인은 양적 팽창했으나 잡지사 마다 경쟁적으로 문인들을 배출하다보니 미숙한 문학작품과 기본 소양이 부족한 문인들의 등장으로 문학계 풍토와 환경이 저열해졌다. 그래서 이 정부에 들어와서 모든 문학지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우수문학지에 대한 지원으로 방향을 바꿨다. 다수에 대한 균형 지원에서 선택 집중 지원을 택한 것이다. 그래서 소위 메이저급이라는 대형출판사만 지원받게 되었다.

허나 심사 과정이 밀실에서 이루어졌고 지원받은 출판사를 공표도 하지 않는 해프닝을 벌였다. 심사위원들이 직간접적으로 대형출판사와 연결되어 있어서 뒷말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썽이 일자 최근에는 상업적 문학지에 대한 지원을 없애고 사단법인체의 문학지에 대한 지원으로 바꿨다. 그러자 30여 년간 발행되어 온 전통 있는 문학지들이 도산하여 폐간과 휴간을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다른 문화예술지원 사업도 마찬가지다. 작년 공연예술활성화 지원에 예산 300억 원이 마련되었다고 발표했다. 5만 원 이상의 공연 티켓을 구입하면 한 장을 덤으로 주고 그 티켓 값을 정부가 보상해주겠다는 것이다. 헌데 지원 대상이 많아 예산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한 정부는 지원 대상을 7만 원 이상의 공연물로 상향조정 했다. 그 결과 영세한 공연단체는 지원에서 제외됐고 뮤지컬 같은 대형기획사의 공연물만 혜택을 봤다. 헌데 확보된 예산의 절반도 안 된 135억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반납하는 우를 범했다.

사례는 많다. 전국에는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사업이 있는데 이도 금년부터 총액 대비 30%가량 지원이 줄었다. 극장에 대한 지원에서 건물주에 대한 지원으로 정책이 전환되면서 많은 공연장들이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예술인들을 조롱하고 창작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는 정책이 타당한지 이 시점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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