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지도하는 마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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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수필가

교통사고 희생자가 줄지 않고 있다고 한다. 1년에 사망자가 5000 명 선이라니 놀랍다. 그만치 교통질서가 문란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교통사고 발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 34개 회원국 중 최하위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교통안전 후진국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장마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아스팔트도 더위를 먹어 헉헉거린다. 대지가 마치 용광로와 같다. 고향에 살고 계시는 연로하신 어머님이 걱정되어 해 질 무렵 집을 나섰다.

삼양동을 지날 때였다. 파란색 야광 복장을 한 경찰관이 빨간 지시등을 상하로 흔들면서 교통지도를 하고 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어깨띠도 점검하고 속도를 늦추면서 서행하며 지나쳤다.

일을 마치고 밤 이슥해 집으로 돌아올 때다. 똑같은 자리에서 경찰관이 단속을 하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속도를 줄이면서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경찰관이 아니라 경찰복장을 하고 선글라스를 낀 마네킹이었다. 순간 긴장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풀렸다.

마네킹 하면 문득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학창시절 과학시간,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 공부를 할 때다. 선생님은 마네킹을 가지고 팔 다리를 뚝뚝 떼어 내면서 설명을 했다. 사람의 팔다리를 잘라내는 것 같아 섬뜩했다.

저녁 늦게 자율학습이 끝나 귀가할 때면 과학실 복도를 지나야 했다. 그럴 때면 수업시간에 실험했던 일들이 연상되어 머리털이 서고 몸이 오싹했다. 숨을 죽여 가며 발걸음을 옮기는데도 누가 쫓아오는 것만 같다.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잰 걸음으로 걸었다. 심장이 방망이질을 하듯 콩닥거렸다.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눈을 감고 뛰었다. 복도를 벗어나 뒤돌아보니 싸늘한 공간만 존재할 뿐, 그 누구도 보이지 않고 자신의 발걸음에 놀랐다는 마음에 쓴 웃음을 짓곤 했다.

마네킹은 보통 옷가게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쇼윈도서 옷을 걸치고 전시용으로 사용된다. 과거의 마네킹은 몸통만 있어 그리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지금은 정교하게 만들어져 마치 사람과 흡사하다.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가까이 가서 만져 보아야 마네킹이라는 것을 알 정도다. 웨딩 쇼윈도에 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모습은 천사와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이제 마네킹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다양한 곳에서 한몫을 하고 있다. 화가의 꿈을 이루려는 사람에게는 장시간 모델이 되어 주고 이·미용사 지망생들에게는 제 머리를 내주면서 배움의 손길을 놓지 않게 한다. 피의자 현장검증을 할 때는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건설 현장에서는 오가는 차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하여 날씨에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다.

이제 경찰관을 대신해서 교통지도까지 하는, 동적인 마네킹까지 생겼으니 마네킹의 천국이라 해야 할는지.

매일 보도되는 끔찍한 교통사고를 접하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는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데서 오는 벌인지도 모른다. 누가 나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안전 운전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야 한다. 나를 지켜보는 것 세 가지가 있다. 하늘이 나를 내려다보고, 땅이 나를 올려다보고, 양심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명심할 일이다.

사고는 순간이다. 방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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