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방학 숙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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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부모교육 강사

지난 번에 쓴 글, ‘특별한 방학숙제 1’에 나왔던 두 살 아래인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을 데리고 시골 할아버지 댁에 다녀오는 숙제를 하던 초등 2학년 아이가 어느 덧 대학교 4학년생이 되었다. 그런 연습 덕인지 아이는 무엇이건 부모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알아서 척척해낸다. 대학교에 진학해서는 나이도 그럴 나이가 되었지만 방을 구하는 문제부터 어떤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될 때도 부모 걱정은 안시키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마지막 학기에 본인이 원하는 회사의 해외000에 인턴 자리를 얻어 얼마 후에 떠나게 되었다. 우리나라 안에서의 일이야 별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하던 해외 낯선 도시에 가서 방을 얻어야 하고 혼자서 지내며 회사의 낯선 업무를 익혀야 한다는 말에는 아이가 원하던 일이 성취되어서 기쁘기도 하지만 걱정이 더 컸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이렇게 매순간 망설임과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더군다나 안전이나 치안문제가 불안한 나라이다 보니 아이 혼자 떠나보낼 일이 막막하기만 했다.  아이와 함께 가서 숙소와 지낼 여건을 만들어주고 와야 하는 게 당연한 조치인지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그럴 수가 없다. 이런 문제를 아이에게 슬며시 깨냈다.


“엄마, 그까짓 일에 뭘 걱정하세요? 이제까지 제가 다 해왔잖아요. 엄마가 저를 그렇게 키우셨으면서도 안심이 안 되세요? 저 혼자 다 잘 할 수 있어요. 걱정 마세요.”


오히려 딸아이가 엄마를 안심시킨다. 자기가 먼저 가서 자리 잡을 테니 엄마는 나중에 관광이나 하러 오시란다. 참~~~!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그런 일도 이겨내는 사람이기를…


그렇게 떠나간 딸아이는 공항에 잘 도착했다고, 안내하는 분을 잘 만났다고, 숙소를 정했다고, 출근 잘 했다고 가는 곳마다 카톡으로 안부를 전해왔다. 그것만으로도 참 고마웠다. 본인의 일도 복잡하고 힘들 텐데, 엄마가 걱정하는 마음을 알고 도와주는 셈이다.


그런데 잠잠해진 며칠 후, 걱정하던 일이 덜컥 생겨버렸다. 통신 수단이 카톡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카톡으로 잠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받은 후 더는 소식이 없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걱정스러웠다. 나중에서야 과정상의 문제였고, 사실은 다 잘 정리된 문제였음에도 괜한 우려로 문제가 불거져버린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그때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데 ‘그래, 아무리 그래도 목숨이 중요하지 일이 뭐가 중요해. 다시는 그런 일 하지 못하게 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가 얼른 마음을 바꿨다. ‘그래, 맞아,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란다면 우리 아이가 뭘 배우겠어.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하나씩 배우고 성장하는 거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아인 잘 해낼 거야.’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끝까지 인턴 생활 잘 마치고 지금은 나머지 한 학기를 다니고 있다. 부모가 된다는 건, 매순간 나를 시험 당하게 하는 것임을, 오늘도 그 시험에 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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