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루의 인광석과 제주의 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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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경제부장
석유, 천연가스, 철광석과 같은 자원은 존재 유무만으로도 국가 경제를 뒤바꿀 정도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지역이 결정되면서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인해 국내 희토류 수급에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희토류(稀土類·rare earth metal)는 희유금속의 한 종류로 화학적 성질이 안정적이고 전도율이 높아 스마트폰, LCD, 전지,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의 첨단장비 등의 필수소재로 쓰이는 주요 자원이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2010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중국 어선 선장이 일본에 체포되자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등 보복 조치를 취한바 있다.

1970년대 북해 유전이 발견됐을 때 국제적으로 궁지에 몰리던 영국이 화려하게 부활했고, 고기잡이나 가구 제조 등으로 먹고 살던 노르웨이 역시 부국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희귀 자원은 국가를 부강시키지만 자원은 무한하지 않기에 한계가 있고, 잘못 관리하면 망국(亡國)의 길을 걷게 된다.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 나우루 공화국은 자신들이 가진 인광석이라는 희귀한 자원 때문에 한때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한 국가이다.

울릉도의 3분의 1크기에 인구 1만명의 이 나라는 100년전 인광석이 발견되면서 큰 변화를 맞았다.

새똥이 쌓여 굳어진 인광석은 비료의 원료로 1968년에 독립한 나우루는 이 인광석을 캐어 팔기 시작하면서 1970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1.5배가 될 만큼 부자였다. 과일을 따먹고, 고기잡이 하던 국민들은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게 됐다.

제한속도 시속 40㎞에 길이 18㎞ 도로가 하나가 고작인 이곳에 람보르기니와 같은 고급 승용차가 집집마다 최소 두 대씩 굴러다니고 가방 하나 사기 위해서, 포도주 한 잔 마시기 위해 해외로 나갔다.

식사 준비, 청소 등 기본 적인 노동은 물론 공무원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신했다.

그러나 무한할 줄 알았던 인광석은 바닥을 드러내고 국고 역시 텅 비게 됐다. 공식적으로 2003년 인광석은 고갈되고, 국토는 무리한 인광석 채굴로 황폐화 됐으며 국민들은 수 십년 놀기만 했더니 일하는 방법, 심지어 자녀 양육법도 잊어버리게 됐다.

인광석은 나우루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니라 ‘자원의 저주’였다.

제주에도 유전, 희토류, 나우루의 인광석과 같은 위력은 없지만 소중한 자원이 있다. 바로 감귤이다.

감귤은 관광산업과 더불어 제주를 지탱하는 양대 산업이다.

과거 1970~1980년대에는 감귤이 워낙 귀해서 10여 그루만 있어도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해서 감귤나무를 ‘대학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감귤농민들은 열심히 일해서 감귤밭을 넓히고, 비탈진 황무지를 개간하면서 한그루의 감귤나무라도 더 심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감귤이 대내외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수입 과일이 감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지 이미 오래전이고, 과잉생산 및 비상품 감귤 유통 등 내부적 문제뿐 아니라 이상기후도 감귤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2014년산은 과잉생산으로 감귤가격이 사상 최악이었다는 평가 속에 지난해는 적정량 생산으로 가격 상승이 기대됐으나, 수확기에 장마 못지않은 잦은 비 날씨가 품질저하로 이어지면서 가격이 바닥을 쳤다.

올해 산 노지감귤 수확량은 지난해 산보다 1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적정생산을 위한 열매솎기가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다.

농가들은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이 아닌 “내가 먼저 실천한다”라는 생각으로 열매솎기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제주감귤의 가치를 드높이고, 대학나무로서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가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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