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혈로 인한 각종 통증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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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도인(桃仁)

제주의 1차 산업이 위기라는 기사를 종종 접한다. 지리적 잇점을 이용한 감귤산업 등 제주 특화 작물은 FTA로 열대 작물이 쏟아지면서 그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겨울철 채소 재배 등 기후적 장점도 대도시 근교의 시설재배로 이미 그 매력이 많이 퇴색됐다. 그런데도 아직도 제주의 농업 비중은 전국 평균의 7배인 17.4%나 된다.

게다가 ‘농업보다는 제조업, 제조업보다는 상업에 의하는 이익이 훨씬 많다’라는 페티의 법칙(Petty’s law)이 있다. 즉 농업은 원천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커피 아메리카노 가격 4000원 중 농민한테 돌아가는 소득, 즉 원두의 가격은 그 20분의 1인 200원 내외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결과로 농업 비중이 높은 제주도민의 전체소득은 항상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따라서 제주 1차 산업의 위기를 타개하는 동시에 소득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바로 부가가치가 높은 2차 및 3차 서비스업과의 접목일 것이다. 즉, 농업의 6차화이다. 6차화란 1차 농업을 기반으로 2차 제조업 그리고 3차 서비스를 합친 개념을 말한다. 1300만이라는 관광 자원도 있으니 제주 농업을 6차화 하는데 있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6차화에 적합한 작물에는 무엇이 있을까. 다름 아닌 다양한 상품 구성이 가능한 한약재가 그 하나이다. 해안에서 산간까지 지대가 다양한 만큼 식물도 다양하고 약용작물 또한 많다.

청정의 이미지에 진시황이 찾은 불노초섬이라는 역사성도 있어 안성맞춤이다.

오늘은 이 6차화에 적합한 제주 한약재로 도인(桃仁)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도인은 복숭아 또는 개복숭아의 씨앗이다. 제주에 복숭아는 재배되지 않지만 개복숭아는 제주 곶자왈에 자생하는 나무 중의 하나이다. 그 씨앗인 도인은 어혈약의 대표적인 약이다. 어혈(瘀血)이란 몸에 혈액이 제대로 돌지 못하고 한곳에 정체되어 있는 증세로서, 각종 통증 특히 고정된 부위 및 밤에 심한 통증과 관련되어 있다. 교통사고나 타박으로 다친 경우에도 어혈의 범주에 해당한다. 또한 도인은 변비나 기침에도 활용할 수 있다. 씨앗 외에 꽃과 열매, 가지, 잎파리에도 쓰임이 있는데 특히 잎은 장구벌레를 죽인다고 하고 각종 피부질환에도 쓰인다. 잎의 항염, 항균 작용을 활용한 다양한 2차 상품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복숭아 꽃 스토리텔링 또한 도인의 6차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무릉(武陵), 신도(新桃)라는 마을이 있는데 이름의 기원 자체가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비롯되었다. 내용인 즉, 옛날 한 어부가 배타고 가다 길을 잃고 헤맨다. 그러다 복숭아꽃 그윽한 곳으로 자기도 모르게 쫒아가게 되고, 좁은 길을 뚫고 나와보니 세속을 모르는 전혀 다른 환상의 세상이 펼쳐진다. 거기서 후한 접대를 받고 돌아오고 나서 나중에 다시 사람들과 찾아 나섰는데 그 길을 도저히 찾지 못했다는 것. 이곳 이름이 바로 ‘무릉’이다.

이처럼 중국인들의 이상향인 ‘무릉도원(武陵桃源)’은 이들에게 좋은 스토리텔링이 된다. 무릉, 신도에 복숭아 군락지를 조성한다면 복사꽃이 화사하게 필 때 장관일 것이다. 복사꽃 축제도 가능하고 곶자왈을 끼고 있어 연계 관광도 가능하다.

꽃과 열매를 맺히는 데 바람이 문제겠지만 이것 또한 방풍을 한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본초 문헌에 의하면 도인은 개복숭아의 것이 좋고, 뿌리부위를 접목한 것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것이 효과가 좋다. 곶자왈에 자생하는 야생 개복숭아를 증식시키기 위해 지난달 무릉 신도 지역의 일부 주민들과 가지를 채취하고 복숭아 삽목을 시도한 바 있다. 이곳에는 이미 마을경관 조성 목적으로 충북에서 들여온 접목 개복숭아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기도 하다. 이 복숭아 가지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 또 열매가 맺힐려면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면 큰 이익을 거둘 수 없다. 앞서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새로운 기회는 창출된다. 지금 준비하면 그래도 10년 후엔 미래가 있지만, 안 하면 100년이 지나도 새로운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무릉 일대는 그 주위 4개 초등학교가 하나로 통폐합됐음에도 현재 전교생이 60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마을 중 하나이다. 이들의 노력이 다시 예전과 같이 사람이 모이는 활기찬 마을, 그래서 후세들에게 말 그대로 이상향 ‘무릉’을 만드는 기틀이 됐으면 한다. 제주한의약연구원은 이들을 찾아 함께 고민하며 전력으로 지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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