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聞鶯(문앵- 꾀꼬리소리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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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詩 素農 吳文福(작시 소농 오문복)

春晩溪邊錦繡苔 춘만계변금수태 늦은 봄 시냇가엔 이끼가 자라 수를 놓았고

鶯窠細柳擁高臺 앵과세류옹고대 꾀꼬리 둥지 튼 버들 높은 언덕을 감쌌는데

蹁躚旋舞破顔老 편선선무파안로 너울너울 추는 춤 늙은이 얼굴 펴지게 하고

嚶囀朗聲傾耳孩 앵전랑성경이해 울어대는 맑은 소리에 아이는 귀 기울이는데


禽響隨時長且短 금향수시장차단 새 울음 때에 따라 길기도 하고 짧기고 하고

花英換節落而開 화영환절락이개 꽃송이 계절 바뀌면 떨어지고 또 피어나는데

循環不息行看客 순환불식행간객 쉼 없이 바뀌는 자연현상을 둘러본 나그네가

沒入思惟忘瀲杯 몰입사유망렴배 생각에 몰입하여 가득 채워진 잔도 잊었다네

 


▲배경=며칠 전 을미시회에서 시 한 수를 짓고 그에 따른 시담(詩談)을 곁들여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한시에는 반드시 운자(韻字)를 붙여지어야 하므로, 운자 붙이기가 어렵지만 또 운자를 주지 않고 본인이 운자를 정하여 지으려고 할 때가 더 어렵다. 그래서 망설이고 있던 차에 어느 친구가 학교에서 과제를 주어 시 한 수를 지었으니 염법(廉法)에 어긋남이 없는지 봐 달라고 했다. 이에 그 시의 제목과 운자를 빌어 한 수 얽어 보내려 하니 시는 고사하고 말도 되지 않은 듯하여 얼굴이 붉어진다.

 

결구 운자인 잔(杯)은 “한 잔 하고 또 한 잔 하고 다시 한 잔[一杯一杯復一杯]”이라는 이백(李白)의 시구가 있어 으레 술잔[酒杯]의 준말로 받아들여져서 배(杯)자가 들어간 시는 거의가 술타령이다. 의미를 바꾸어 찻잔[茶杯]의 뜻으로 써보려 하였지만 글자 수가 넘쳐 다(茶)자를 줄여 배(杯)자만 쓰면 술잔의 뜻이 됨으로 “잔을 당기다[引杯]”, “잔을 들다(擧杯)”, “잔을 따르다(酌杯)”로 쓸까 생각했으나 이 역시 술잔의 어감이다.

 

그래서 이도저도 아닌 “가득 찬 잔(瀲杯-瀲灩杯의 준말)”을 취하여 써보았다. 또 결구(結句)를 “화로를 들고 와 불을 지피고 한가히 앉은 나그네는(携爐點火閑坐客) 차를 끓여 도(道)를 맛볼 잔에 채우려 하네(煎茗將盈味道杯)” 라고 해볼까 고민하기도 했다. 고수가 있어 마땅한 구절로 바꾸어 주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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