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앞의 소나무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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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법륜스님의 깨달음을 담은 책 ‘지금 여기 깨어 있기’에를 보면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이야기가 나온다. 젊었을 때 불교개혁 운동을 했던 법륜스님이 스승 앞에서 기성 불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딱 한마디 “탑 앞의 소나무가 되어라” 했다는 것이다.

소나무가 어릴 때는 탑에 가려 자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원망하지만 탑을 원망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나무가 자라면 오히려 탑을 가린다는 뜻이다. 그러니 ‘불평하지 말고 남 탓하지 말고 너나 똑바로 하라는 말이었다’고 법륜스님은 깨우쳤다.

▲법륜스님은 또 한 번 미국에서 처음 본 한 노스님에게서 깨달음을 얻는다.

두 시간쯤 기존 불교에 대해 비판을 하고 불만을 토로했더니 노스님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다.

“여보게! 어떤 한 사람이 논두렁 밑에 앉아서 그 마음을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바로 중일세. 그 곳이 절이야. 그게 바로 불교라네.”

법륜스님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책에 쓰고 있다. “머리 깎고 가사장삼 입은 사람을 중이라고 생각했지 마음이 청정한 사람을 중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 기와집이 절이라고 생각했지 수행자가 앉아 있는 곳이 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교가 지금 잘못 되었으며 고쳐야 된다고 난리를 피운 자신을 보니 “마치 허공의 헛꽃을 꺾으려는 것과 같이 헛된 짓을 하고 있었다”고 성찰하게 된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 서귀포시의 2016년 후반기 공무원 인사가 27일 단행됐다.

3급 이상 고위직이 대폭 교체됐고 대규모 승진과 함께 전보 인사가 이뤄졌다.

인사가 이뤄질 때마다 승진을 한 공무원은 영예를 얻는 것은 물론 많은 축하도 받는다.

반면 승진에서 탈락한 공무원들 중 일부는 섭섭함 속에서도 애써 스스로 위안을 하지만 일부는 불평불만도 하게 된다.

또한 승진 대상자가 아닌 경우에는 흔히 고과 점수를 받기 좋거나 힘(?) 있는 보직을 받은 공무원들은 쾌재를 부르지만 궂은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부서, 또는 스스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리로 옮긴 공무원들은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더라도 너무 낙담하거나 남 탓을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탑 앞의 소나무처럼 지금은 탑에 가려있지만 언젠가는 탑보다 훨씬 큰 소나무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절이 아닌 논두렁에 앉아있어도 마음이 청정하면 스님이라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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