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소방차 길 터주기는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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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6시15분께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사는 강 모(82) 할머니가 갑자기 가슴통증을 호소했다. 강 할머니의 딸이 그 즉시 119에 신고했고, 대정119센터는 신고 6분 만인 오후 6시21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119대원들은 응급 조치를 취한 뒤 강 할머니를 제주시내 종합병원으로 이송하고자 평화로에 진입했다.

당시 평화로는 퇴근 차량이 몰리면서 정체현상이 빚어지고 있었다. 자칫하면 시간 지연으로 할머니의 상태가 위독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데 그때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자 차량들이 일제히 양옆으로 비켜서 길을 내 준 것이다. 이 같은 ‘길 양보’는 상습 정체구간을 벗어날 때까지 지속됐다.

덕분에 구급차는 40여 분 만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할머니의 생명은 지장이 없는 상태다. 신고 현장에서 병원까지의 거리는 40km 상당으로, 평소 퇴근 시간대엔 최소 1시간 이상 걸리는 구간이다. 결과적으로 운전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할머니의 목숨을 구한 셈이다.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운전자들이 양보정신을 발휘해 구급차에 길을 열어주는 것을 ‘모세의 기적’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평화로 길 터주기는 ‘제주판 모세의 기적’이라 부를 만 하다. 그만큼 드물다는 뜻이다. 실제로 구급차와 소방차 등 긴급차량에 대한 도민들의 양보의식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119 구급대의 골든타임 도착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게 그 예에 속한다. 2012년 64.8%에서 2013년 63%, 2014년 61.1% 등으로 해마다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골든타임은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의 금쪽같은 시간을 지칭하는데, 통상 5분으로 잡는다. 물론 먼거리 출동, 차량 급증, 불법 주정차, 구급차량 노후 등 다른 여러 요인도 있다.

‘일분 일초’는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들이 부여잡는 마지막 희망이다. 구급차가 얼마나 빨리 응급 현장에 도착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고, 잃게 할 수도 있다. 운전자들이 구급차에 길을 양보해야 하는 이유다.

‘모세의 기적’은 더 이상 기적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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