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변화시키는 피그말리온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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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린 제주대학교 교수/ 제주대 전기차사업단장/ 논설위원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은 1960년대 후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의미 있는 실험을 한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후 상위 20 퍼센트의 학생들의 명단을 교사들에게 주고 8개월 후에 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게 하였는데, 그 상위 20퍼센트의 학생들은 예상대로 타 학생들에 비해서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였다.

이 실험의 핵심은 이 상위 20퍼센트의 학생은 실제로 상위 20퍼센트가 아니라 무작위로 선정된 20퍼센트였다는 것이다. 이들의 높은 성취도는 그들의 높은 지능 때문이 아니고 담당 교사들의 기대와 관심이 그 원인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사람이 주변 지인들의 기대와 관심에 부응해서 그에 걸맞게 변해가는 효과를 피그말리온 효과 또는 로젠탈 효과라고 한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로 자신이 만든 여인상 조각에 반해 사랑하게 되었는데, 결국 이 조각상이 실제 여인이 되어 결혼하게 된다. 이러한 피그말리온의 자기이행적 예언의 효과는 교육현장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도 발견된다. 상대방을 쓸모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문을 닫으면 상대방 역시 마음의 문을 닫게 되고, 결국 서로는 서로에게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 이 또한 피그말리온 효과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헨리 포드는 “어떤 일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면 그 얘기는 항상 참이다”라고 하였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결국 이루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예언은 참이 된다는 얘기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를 야기하는 선물을 피그말리온 선물이라고 한다. 선물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1990년에 나온 영화 “프리티우먼”에서 리처드 기어는 거리의 여자였던 줄리아 로버츠에게 당시 귀부인들만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을 선물한다. 오페라 관람을 같이하고, 비버리힐즈에서 귀한 선물을 사준다. 이런 선물들을 받으면서 줄리아 로버츠의 인격이 변해간다. 자신을 귀하게 대해주는 남자를 만나면서 줄리아는 자신을 귀하게 여기기 시작하고 결국 거리의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할리우드 영화이야기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현상들이다. 보지도 듣지도 못하던 헬렌 켈러를 위인으로 만든 건 설리반 선생의 애정과 격려였고, 학습능력이 없다고 학교에서 쫓겨난 토마스 에디슨이 위대한 과학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평생 아들의 가능성을 믿고 헌신했던 어머니가 있었다.

얼마 전 교육부 한 고위공무원의 “국민의 99%는 개, 돼지와 같다”라는 발언이 대다수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고 개·돼지로 취급받은 국민들은 분노의 댓글로 인터넷을 도배했다. 그는 결국 그의 시각에 합당한 결과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그가 일반 국민들을 귀하게 생각했다면 그 역시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마무리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김춘수 시인의 글처럼 우리는 모두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먼저 상대방의 의미부터 귀중하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여름이다. 방학을 맞은 자녀들에게, 휴가를 맞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피그말리온 선물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선물이 피그말리온 효과를 나타낼지는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고, 그 선물을 계획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심 자체가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결국 그 상대방은 나를 또한 긍정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너와 내가 긍정적으로 바뀌면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바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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