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열대야로 지친 몸을 다스린다
폭염과 열대야로 지친 몸을 다스린다
  • 제주일보
  • 승인 201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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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오미자

간만의 소낙비로 제주는 며칠 좀 나아졌지만 요즘 전국이 찜통 속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그야말로 기진맥진이다.

열기가 온몸의 땀과 기운을 빼앗는데다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고 나면 기가 떨어지고 맥이 풀린다. 한 일도 없이 무기력하고 물에 젖은 스펀지 마냥 몸이 천근만근, 만사가 귀찮다. 이런 날씨에 기력을 돋울 방법은 없을까.

오미자는 대표적인 수삽(收澁)약에 해당한다. ‘수삽(收澁)’은 ‘거두어 잡아낸다’는 의미. 정확히 얘기하면 허약해서 우리 몸에서 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氣의 작용 중에 나가는 것을 잡아주는 고삽(固澁)작용이 있다. 기가 허하면 이 고삽작용에 문제가 생겨 빠져나가지 말아야 할 것이 빠져나간다. 예를 들어 변실금을 한다거나 자꾸 소변을 지린다거나 정액을 흘린다거나 계속해서 헛기침이 나온다거나. 그리고 땀이 줄줄 나오고 기력이 빠져나가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이런 것을 잡아주는 것이 수삽약이다.

반대로 상한 음식을 먹어서 생기는 설사나 방광염 등 염증에 의한 소변빈삭, 그리고 바이러스감염에 의한 감기 기침은 모두가 사기가 실(實)해서 오는 증상들이다.

이런 증상의 해결은 사기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고 새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기를 내보내는 약을 써야한다. 대표적으로 방광염의 소변빈삭의 경우 청열해독과 함께 이뇨 작용을 나타내는 약제들을 주로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다르게 앞서 언급했듯 몸이 허약해져도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오미자는 이처럼 기가 허약해서 새는 것을 잡아준다. 따라서 오미자는 삽제로서 대변, 소변, 정액, 기침, 땀이나 기력 등 몸이 허약해서 빠져나가는 모든 증상에 도움을 준다. 특히 여름철에 날씨가 더위지면서 절로 땀과 기력이 나가는데 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여름철에 시원한 오미자 차를 마시는 이유이다.

여기에 기력과 진액을 보충해주면서 빠져나가는 것을 잡아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래서 기력을 보충해주는 인삼과 진액을 보충해주는 맥문동 그리고 새는 것을 잡아주는 오미자가 더해지면 여름철 보약으로 환상의 궁합이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맥을 생하게 한다’는 ‘생맥산(生脈散)’의 처방 구성이다.

그야말로 氣와 脈이 다 빠져나가는 기진맥진(氣盡脈盡)의 상황에 딱 부합하는 처방이다. 정확히는 맥문동, 인삼, 오미자를 2대 1대 1의 비율로 달이면 된다.

일가 친척 중에 기력이 떨어진 것을 호소하며 상담 받은 적이 있다. 표현을 빌자면 런닝을 몇 번이나 쥐어 짜내야할 정도로 땀을 흘렸다고 한다. 여름철 하우스 귤밭 일을 했으니 오죽했으랴. 펄펄하던 사람이 아침에 깨워도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떨어지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맥산을 지어줬더니 바로 전처럼 아침에 벌떡 일어나게 되었다. 얼마나 기력이 용출했는지 딸만 셋인 집에 이듬해 봄에는 아들까지 낳았다는 후일담도 듣게 되었다. 신농본초경에는 오미자가 남자의 정을 보익한다고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었나 보다.

오미자로는 제주의 흑오미자가 유명하다. 일반 오미자의 2배 크기로 검고 단맛이 강하다. 흑오미자는 조선조 임금의 진상품이기도 했다. 농산물원종장에서는 흑오미자를 시험 재배하고 있지만 수확량이 적어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원래 흑오미자는 우리나라에서는 한라산 해발 700이상 서늘한 곳에서 자생하는 희귀 작물이다. 보호해야 할 소중한 자산으로서 앞으로 흑오미자에 대한 효능 비교 분석은 본 제주한의약연구원의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어제도 더위로 잠을 설쳤다. 지금 부엌에는 오미자 끊는 향이 피어오른다. 어떤 이들은 시큼한 맛을 싫어할지 모르지만 바로 이 시큼한 맛에 수삽(收澁)의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여름에 오미자를 상복하여 오장의 기를 보하라고 권하고 있다. 위로는 폐를 보하고 아래로는 신을 보한다고 한 오미자, 흔하지만 귀한 이 오미자로 더운 여름철 건강을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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