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 선생과 임시 과거시험
이규보 선생과 임시 과거시험
  • 제주신보
  • 승인 20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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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흥식. 수필가

김영란법은 시행령이 입법예고 되였고 이달중에 시행령 제정을 완료하고 오는 9월 28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의 정확한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서 쉽게 ‘김영란법’이라 칭하고 있다. 이 법은 단순히 형사법적인 처벌문제에 집착하기보다 부패문화를 바꾸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관행과 습관문화를 바꾸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본다. 여기에서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限)’이란 글귀가 생각이 났다. 고려 말 유명한 학자인 이규보 선생이 집 대문에 붙였던 글이다.

어느 날 임금이 단독으로 야행을 갔는데 깊은 산중에서 날이 저물었다. 다행히 민가를 발견하고 하루를 묻고자 청했지만 집주인(이규보)이 조금 더 가면 주막이니 거기로 가도록 안내했다. 그런데 그 집 대문에 붙어 있는 글이 임금을 궁금하게 했다.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 개구리가 뭘 의미함일까?

주막에 가서 국밥을 먹으며 주모에게 물어봤지만 과거에 낙방하고 온 후 집안에서 책만 읽으며 살아간다고 했다.

그래서 궁금증이 발동한 임금은 다시 그 집으로 가서 사정사정한 끝에 하룻밤을 묵어갈 수 있었다. 잠자리에 누었지만 집 주인의 글 읽는 소리에 잠은 안 오고 면담을 신청했다.

이때 이규보가 임금에게 말한 이야기다. 옛날에 노래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가 거북한 까마귀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까마귀가 꾀꼬리에게 3일 후에 노래시합을 하자고 했다. 곧바로 심판은 두루미로 정했다. 꾀꼬리는 3일 동안 노래연습을 했으나 까마귀는 자루를 들고 논두렁에서 개구리를 잡았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를 두루미에게 갔다주고 뒤를 부탁했다. 약속한 3일이 되어서 꾀꼬리와 까마귀는 노래를 한곡씩 부르고 심판 두루미의 판정만을 남겨놓았다. 꾀꼬리는 자신이 있었지만 심판인 두루미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 이야기는 불의와 불법으로 얼룩진 나라를 비유해서 한 것이다. 이규보는 그 실력이나 지식은 어디에 내놔도 안 지는데 과거를 보면 떨어졌다. 돈이 없고 정승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와 두루미한테 상납한 개구리 같은 뒷거래가 없었기에 번번히 낙방하여 초야에 묻혀 살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임금은 이규보의 품격이나 지식이 고상함을 알고 자신도 과거에 여러 번 낙방하고 전국을 떠도는 떠돌인데 며칠 후에 임시 과거가 있다고 해서 한양으로 올라가는 중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궁궐에 들어와 임시과거를 열 것을 명하였다고 한다. 과거를 보는 날 이규보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시험관이 내 걸은 시제가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限)이란 여덟 자였다. 이규보는 임금이 계신 곳을 향해 큰 절을 하고 답을 적어 냄으로서 장원급제 하여 차후 유명한 학자가 되었다.

‘돈이 권력을 흔들 수 있는 곳에서는 국가의 올바른 정치나 번영을 바랄 수 없다’ 영국의 정치학자인 토마스 모어의 말이다. 강효상 국회의원은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국회의원 300명을 추가 시켜야 한다며 법 개정안을 제출 했다. 국회의원 외에 지방의원, 지자체장 등도 법 적용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법은 적용대상과 금지 행위를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의 부패를 차단하려는 법인만큼 법적용 대상이 공직이어야 하는데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인 민간 영역까지 포함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