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무장애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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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춘강장애인근로센터 사무국장/수필가

오늘따라 엘리베이터 앞이 대만원이다. 주야로 계속되는 폭염에 누가 계단을 오르려 하겠는가. 나 역시 이 앞에 버티고 서 있지 않은가. 엘리베이터 옆 기둥에 계단 오르기는 수명을 연장해 준다고 홍보전단이 붙여 있지만 오늘은 못 본 척하기로 했다. 이 날씨에 계단 오르기는 수명을 재촉할거라는 핑계를 달고.

“실례합니다. 양보 부탁드립니다.” 커다란 휠체어다. 전신장애를 가진 장애인을 위해 특수 제작된 전동휠체어였다. 보호자로 보이는 두 분과 또 다른 장애인 한 분 이렇게 넷이서 승강기 앞에서 탑승할 수 있도록 양보를 청해 왔다. 자연스레 기다리고 서 있던 이들이 좌우로 물러나 길을 내 주었다. 장애인 일행의 탑승으로 기다림은 좀 더 길어졌을 뿐, 나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까지 올라갔다. 감사하다는 인사에 왠지 모를 행복으로 흐뭇해하며.

이처럼,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면 편의시설 이용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차장에 빈 곳이 없어도 장애인 주차장은 지켜지고, 엘리베이터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장애인분들에게 양보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지켜지고 있다.

다만, 조금만 더 바뀐다면 우리의 삶이 더욱 좋아질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에 지역사회에서의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운동을 제안하고자 한다.

얼마 전 들른 식당에는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낮은 계단이 있었다. 20㎝가 채 안되는 계단이 궁금하여 물었더니 건물과 주차장 바닥 간에 높낮이 차가 있어 고객들이 행여 발을 헛디딜까 안전을 위하여 설치하였단다. 이왕 설치하는 것 계단이 아니라 경사로였으면 어떨까. 휠체어뿐만 아니라 유모차도 다닐 수 있었을 텐데.

불편한 이들에게 계단과 경사로의 차이는 매우 크다. 상상해 보자. 발목을 다쳐 간단한 깁스를 했다고. 낮은 계단에도 머뭇거리고 도움을 청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사로는 속도가 늦을 뿐 살살 걸을 만하다.

이제 집 안을 살펴보자. 맨 먼저 문턱이 우리를 성가시게 하고 있다. 남편은 1㎝남짓한 턱을 넘기 위하여 이틀에 한 번 커다란 화분을 들어 옮긴다. 허리 아프다고 구시렁대며. 턱이 없다면 밀어서도 충분하리라. 그뿐인가. 작은 문턱에 아기는 걸려 넘어지고 어르신도 넘어진다. 노약자들이 넘어지는 사소한 사고가 큰 부상으로 이어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불편을 주는 장애물 중에는 우리가 당연시해 왔던 사소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문턱, 계단, 여닫이문 등 한 번만 더 생각을 해도 충분히 바꿀 수 있는 것들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원희룡 지사의 공약 사업으로 무장애도시 조성을 위하여 이미 조례를 제정하였다. 다만, 그 행보가 너무나 더디기에 아쉬운 것이다.

이제 공공의 안전과 행복을 위하여 무장애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준비해 나가는 공공기관의 인식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우리 가정의 체감은 미약하기만 하다.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에 공공의 변화만큼이나 우리의 주변에서 변화의 바람은 시급하다.

장애 없는 우리 집이 우리의 노년 건강을 지켜 줄 뿐만 아니라 임신한 며느리가 편안하고, 아장거리며 걸어 다닐 손자에게 안전한 환경이 되어 준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할 때다.

장애인을 위한 환경 개선이 아니라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불편한 이들에게 안전을 제공하는 무장애 주택으로의 변화는건축 열기가 최고조에 이른 지금이 최적기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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