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보살핌의 가치를 오늘에 되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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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 천주교 제주교구 복음화실장/논설위원

연일 제주도의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시내와 산간 마을 구분이 없단다. ‘묻지마 투자’와 ‘미친 집값, 땅값’이란 신조어(新造語)가 나올 정도다. 그 기세가 쉬 꺾일 기미도 안 보인다. 부동산 상승률이 전국최고란다. 지역경제 지표마저 덩달아 전국 평균 2%를 넘어 5%로 육박하고 있다니, 불과 십 여 년 전과 비교해서 격세지감이다.

아마도 올레길 열풍이 불고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알려지면서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고, 매년 만 명이 넘는 이들이 이주해 온 데 따른 영향이 아닐까싶다. 여기다 제2공항 계획 발표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전에 없는 호황에도 왠지 모를 두려움과 불안이 엄숙해 오는 건 왜일까. 아마도 그 뒤안길에서 날로 늘어나는 집세 걱정과 생활고를 겪는 서민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기 때문이리라.

우선, 도의회와 원 도정은 사안의 심각성과 여론추이를 느껴서인지 매우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단다.

도의회는 “제주도민 맞춤형 주거 안정대책수립”을 위한 TF(태스크포스)팀을 설치해서 도민중심의 주택분양 정책을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한다. 원도정은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특단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임차도 버거운 저소득층, 노부모부양가구, 다자녀가구들은 무료에 가까운 임대료로 거주공간을 얻을 수 있게 하고, 노년층과 청년층 그리고 중산층과 이주민 등은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해주는 ‘서민주거 안정 대책’이다.

아직은 계획단계라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하지만 오랜 만에 사후약방문이 아닌 가뭄에 단비와 같은 선제적인 조치인 것 같아 일단 고무적이다. 서민들의 고충을 헤아리고 시린 가슴을 감싸주려는 톨레랑스(tolerance)의 자세로 소기의 성과를 내길 꼭 바라고 싶다.

이에 도민들은 이러 저래 걱정과 근심이 넓고도 깊다. 지역개발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모습에 기대하면서도 이곳저곳 함부로 찢기고 부수어진 자연훼손의 흔적을 느끼노라니, 그저 착잡할 뿐이다. 제주도의 산림은 전국평균 64%에 비해 48%밖에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훼손 정도와 규모는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5년간 서울 여의도의 면적(250ha)에 2.5배의 산림이 사라졌다고 한다. 도정은 급한 나머지 산림개발을 제한하는 산지관리 조례제정을 하겠다고 나섰다.

제발 제주 자연의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는 제대로 된 관리 방안이 나오길 바라고 싶다. 여기에 도민이 아주 특별히 예의주시하는 바가 있다. 그것은 개발의 언저리에서 본의 아니게 집세 걱정과 생활고를 겪게 될 서민들의 처지다. 이웃의 아픔을 마치 자기의 아픔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해서 너나 할 것 없이 십시일반 공감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 옛날 온갖 크고 작은 고초를 견뎌내면서 상부상조하며 삼촌 조카로 살아온 탐라의 후예들이 아니던가. 바람과 돌이 많아 땅이 척박해서 너나 할 것 없이 먹고 살기가 힘들었을 때도 콩 한쪽, 밥 한 그릇도 나눠먹는 미덕이 있었다.

외세침입이 잦고 조선말에는 민란마저 끊이지 않아 유배의 섬이 되었을지언정, 찾아오는 이가 누구든 야박하게 대하거나 세상타박하지 않으며 오순도순 의지하며 살아왔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제주4·3의 온갖 고난의 소용돌이 속에서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 등의 생채기로 속울음을 울면서도 자식들과 이웃 앞에서는 애써 당당하게(?) “살암시믄 살아진다”며 위로와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이 세상 천지에 이런 진짜 이웃의 기개가 살아 숨 쉬는 곳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제 제주공동체의 기저에 흐르는 선조들의 나눔과 보살핌의 고귀한 정신적 가치를 오늘에 되살려, 어렵고 힘든 서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고난을 이겨내며 아름다운 제주공동체를 만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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