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기를 위로 보내 머리를 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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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석창포

내 어렸을 적 올레길 풍경 중에는 집 가의 돌담 밑에 자라는 석창포가 있다. 2~3년에 한번씩 무성히 자라면 할머니는 그것을 캐어 약재상에 팔았는데, 남겨 둔 한두 뿌리가 조금 있으면 다시 수북히 자라곤 했다. 언젠가부터 약재상의 발길이 끊어지더니 차츰 사라져갔고 이제는 올레길에서 석창포 찾기란 쉽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서서히 잊혀져가던 석창포를 반갑게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저지리의 ‘석창포 쉼사업단’ 덕분이다. 10여년 전 마을출신인 한 한의사에 의해 소개되어 마을에 심기 시작, 한때 20톤 정도의 생산량을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근래들어 한약재의 판로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는데, 뜻있는 몇 분이 힘을 모아 석창포로 6차화하여 다양하게 상품화하는 ‘석창포 마을사업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석창포(石菖蒲)는 돌 근처에 자라는 창포로 수창포와는 종이 다르다. 보통 창포라고 하면 물가에 자라는 수창포를 떠올리는데 석창포는 습한 지역의 돌 틈에 잘 자란다. 동의보감 탕액편에는 ‘창포(菖蒲)’라는 이름으로 수재되지만 그 실린 내용은 석창포를 의미하고 있다. 고전의 본초서에는 돌에서 나는 것이 좋다고 하였는 바 이것이 바로 석창포이다.

이중에서도 한 치에 9마디인 즉 마디가 조밀한 것이 좋다고 하였다.

한약재로 쓰이는 석창포는 開竅藥에 해당한다. 열 개(開), 구멍 규(竅), 즉 막힌 구멍을 뚫어준다는 것으로 뜻으로 심공(心孔)을 뚫어 정신이 혼미한 상태를 깨게 하는 효능이 있다.

수험생들이 많이 찾는 총명탕의 주요한 약재도 바로 이 석창포다. 귀밝을 총(聰), 눈밝을 명(明)이므로, 이 또한 심공(心孔)과 구규(九竅)를 뚫어주는 역할을 말한다.

동의보감에 총명탕에 대해 설명하기를 ‘건망을 다스리고 오래 먹으면 매일 천 마디의 말을 기억한다’고 하였다. 정신을 안정시키고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어 기억력을 높이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인체 중에 머리는 맑은 청양(淸陽)의 기가 모이는 곳이다.

청양이 올라가지 못하고 반대로 습담(濕痰)이 올라가면 의식이 혼미하고 정신이 어둔해진다. 석창포는 이처럼 머리에 습담을 없애고 기혈을 순환시켜 청양의 기를 올려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급성 혼수상태, 간질이나 열경련, 건망증, 정신 불안정 등 다양한 정신질환에도 쓰일 수 있다.

그 외에 소종지통(消腫止痛)의 작용이 있어 외상이나 피부질환 등의 치료에도 응용된다. 또한 꽃에는 혈을 운행하여 월경을 조절하고, 잎에는 전염성 피부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어 여러 부위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석창포는 방향성과 건조한 기운이 강하여 음이 허한 사람들은 삼가는 것이 좋다. ‘음이 허하다’ 함은 몸이 마른 편으로 입이 마르고 뺨이나 손발에 열이 있는 등 허양(虛陽)이 뜨는 사람들을 이른다.

석창포는 식품공전에도 들어가 있는 품목으로 일반들의 식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석창포 정유에 속해 있는 ‘아사론’이라는 성분에 유해성이 제기되어 식품으로 이용할 때는 이 아사론 성분이 포함되지 않는 물 추출물로만 허용한다고 개정 고시하였다. 즉 물로 달여 먹으면 이 성분이 나오지 않기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날로 먹거나 갈아서 직접 먹는 행위는 삼가는 것이 좋겠다.

석창포의 이번 향토산업 육성 사업 지정은 한약재 중 최초이다. 이 ‘석창포 쉼사업단’은 주민이 스스로 먼저 주체가 되어 제안한 사업으로 더욱 그 의미와 기대가 크다. 이 사업이 반드시 성공하여 침체에 있는 제주 1차 산업의 새로운 출구를 뚫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가 바라는 대로 제주가 건강섬, 불로초섬으로 자리잡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정신을 맑게 뚫어주는 석창포의 효능대로 제주 농민들의 갑갑한 마음도 뚫어줄 수 있는 석창포사업단에 응원의 힘을 보낸다. 제주한의약연구원도 이 사업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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