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홍보대사’ 박인비(28·KB금융그룹)와 제주 출신 리디아 고(19·뉴질랜드)가 116년 만에 올림픽에서 열린 여자골프에서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박인비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파71·6245야드)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골프 여자부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박인비는 1900년 파리 대회 이후 116년 만에 올림픽에서 다시 열린 여자골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박인비는 남녀를 통틀어 세계 골프 사상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과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이뤄낸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위업을 이룩했다.
박인비는 이달 초 제주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했지만 컷 탈락하며 왼손 엄지 부상을 다 털어내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에 앞서 연습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박인비는 1라운드에서만 1타 차 2위에 올랐을 뿐 2라운드부터 내내 단독 선두를 놓치지 않은 채 ‘골프 여제’의 위용을 과시했다.
박인비는 “사실 나도 이번 대회 성적을 장담할 수 없었다”며 “다만 한계에 도전한다는 올림픽 정신에 걸맞게 겸허한 자세로 경기에 나선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제주 출신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박인비에게 5타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이날 경기 후 리디아 고는 “오늘 경기를 재밌게 하고, 이 상황을 즐기고 싶었다”며 “은메달이 굉장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전날 3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는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던 리디아 고는 이날 4라운드 초반에 고전했다.
2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한 후 길지 않은 퍼트를 계속 놓치면서 박인비를 추격하는 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14번 홀(파3)과 16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펑산산(중국)과 공동 2위가 된 리디아 고는 18번 홀(파5)에서 버디로 은메달을 확정했다.
리디아 고는 “마무리가 매우 극적이었다. 보시는 분들에게도 짜릿한 경기가 됐을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리디아 고와 박인비가 나란히 시상대에 오르자 태극기를 든 한국 응원단을 “박인비! 박인비!” 응원과 함께 “리디아! 리디아!”를 연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