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통령 취임사에 담긴 개혁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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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도층 뼈를 깎는 성찰 요망"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린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집권 5년 동안의 청사진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아 시대 건설’, ‘개혁과 통합을 통한 도약’을 국정 운영의 양대 줄기로 삼을 것을 분명히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정치개혁의 틀을 제시하고 경제 성장 및 지방분권, 사회개혁 분야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미룰 수 없는 과제" 의지

▲지방분권=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대목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이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취임에 앞서 전국 순회토론회를 열고 국민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 전국 순회토론회의 주제가 대부분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토론회였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방분권과 관련, “중앙 집권과 수도권 집중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중앙 집권과 수도권 집중 현상을 지금부터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중앙과 지방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발전해야 한다”며 “지방은 자신의 미래를 자율적으로 설계하고 중앙은 이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에 대해서는 “비상한 결의로 이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언급함으로써 강력한 실천의지를 국민 앞에 표명했다.

이는 지난달 12일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제주지역 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이 제주도를 지방분권 시범도로 지정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추진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 정부 청와대에 지방분권 등과 관련한 태스크포스를 두기로 하고 신행정수도 건설작업에 주력하면서 국가혁신위원회 등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 이양 작업을 구체화하기로 한 점에서도 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의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 의지는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평소의 지론에 따라 강력한 실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투명한 정치문화" 강조

▲정치개혁=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밝힌 정치분야 개혁의 일성은 ‘정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의 정치문화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나 사회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구태 정치인 당리당략 풍토를 확실하게 털어버리고 국리민복이 우선되는 정치풍토의 조성을 강조했다.

결국 이번에 새롭게 출범한 참여정부도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가 구현돼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은 정치가 우리 경제나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에서 벗어나 각 분야의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을 취임사를 통해 피력했다.

그는 “대결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푸는 정치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한다”는 희망을 피력하고 “저부터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노 대통령이 직접 야당 당사를 찾아가 당 지도부에게 솔직한 심정으로 협조를 당부한 점이나 최근 대북 송금사건 특검안 도입과 관련, 민주당측의 협상 태도를 비판적으로 지적한 점에서 대화와 타협에 의해 대야관계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국민참여정치, 국민통합정치, 투명한 청정정치, 수평적 협력정치, 디지털 정치 등 다섯 가지의 정치개혁 목표를 설정한 것과 대통령, 국회의장, 여야 정당 지도자가 협의 토론하는 ‘전국 정상회의(가칭)’의 정례화, 인터넷 정치헌금제의 제도화, 선거공영제의 확대, 1인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확대 등 구체적인 정치개혁의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점도 정치분야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정치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정치부터’를 강조한 대목은 집권 5년 동안 정치분야의 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시장·제도 세계기준 맞게

▲경제개혁=노 대통령이 이날 “개혁은 성장의 원동력이고, 통합은 도약의 디딤돌”이라는 표현으로 개혁과 통합의 두 수레바퀴론을 강조했다.
이러면서 지목한 핵심적 개혁 대상이 정치와 경제분야였다.

경제분야에 대한 개혁방향은 ‘시장과 제도를 세계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시장과 제도를 세계 기준에 맞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혁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했지만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여러 가지 요인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으며 이를 조기에 극복하지 못하면 경제성장의 커다란 동력을 일으키기가 어렵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취임식에서 노 대통령은 ‘재벌개혁’과 ‘금융개혁’ 등의 언급은 구체적으로 없었다.

하지만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룰’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노 대통령의 평소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책방향은 단순히 경제력 집중 해소와 형평성 제고에 중점을 둔 분배적 정책이라기보다는 불투명하고 왜곡된 기업.금융 지배구조로는 장기적으로 국제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구조개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공정한 경쟁 풍토의 조성과 함께 각종 행정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바 있다.

특권층 부정부패 관행 근절

▲사회개혁=노 대통령은 사회개혁 부분에 대해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도,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도 부정부패를 없애야 한다”며 “이를 위한 구조적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사회지도층의 뼈를 깎는 성찰을 요망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당선 직후 검찰개혁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면서 제도 개선 마련을 지시한 것이나 법무부의 문민화를 통한 검찰 지배 차단,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한시적특검제 상설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서 특권층의 부정부패 단속과 정경유착 관행 및 기업의 불법적 관행에 대한 척결을 예고했다.

노 대통령의 이와 함께 국민통합을 위해 지역구도 완화와 계층간 소득격차 축소, 노사화합과 협력 부분도 강조했다.

또한 교육과 세제의 개선을 통해 계층 간 격차를 해소해 나가면서 노동자와 사용자의 이분법적 구도를 노사가 함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협력적 관계로 승화시켜 나감으로써 사회통합을 이뤄낼 것임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또 노약자를 비롯한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위한 복지정책을 내실화해 모든 종류의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 나갈 것임을 취임사에서 강조했다.

특히 양성평등사회를 구현시킬 것이라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 시정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최근 청와대 비서실 인선과 조각에서 여성의 진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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