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不通)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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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부국장
역대급 폭염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다.

기대했던 비 소식은 어디에도 없고, 기상청의 잇따른 오보로 국민들은 실망감을 넘어 공분하고 있다.

이럴 때 한 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한 뉴스들이 국민들을 위로해주면 좋으련만 폭염이나 기상청보다 더 답답한 뉴스만 가득하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 ‘사드 배치 후보지에 대한 갈등’, ‘음주운전 사고에 신분 조작까지 한 경찰청장’ 등 소통(疏通)을 원하는 국민들의 뜻과는 다른 정권의 고집이 결국 불통(不通)을 낳고 있다.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이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초유의 사태를 맞아 민심의 요구는 우병우 수석의 경질과 대국민 사과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 수석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정작 본인은 버티기를 하고 있고, 청와대도 경질과는 동떨어진 반응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오히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며 본말이 전도된 공격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결국 우 수석과 이 감찰관에 대한 수사가 검찰 특별수사팀에서 이뤄지게 됐지만 과연 외압 차단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검찰은 일단 정면 돌파를 택한 모양새다.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것 자체가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총장에게 수사 상황을 보고하고 지휘를 받는 형태여서 현직 민정수석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 어려운 구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정수석 비리 의혹이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는 가운데 음주운전 전력에 신분까지 숨겨 징계를 모면한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가 경찰 총수가 됐다.

경찰청장이 돼서는 안 될 치명적 결격사유를 가진 사람을 버젓이 인사 검증에서 통과시키고 후보로 내세운 청와대에 대해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음주운전 사고는 음주운전을 단속해야 할 경찰의 수장에게는 결정적인 흠이다.

음주운전 사고 당시 신분을 숨기기까지 한 사실을 민정수석실에 알렸지만 결국 민정수석실은 이 후보자의 내정을 강행했고, 결국 대통령은 이 후보자를 경찰청장에 임명했다.

이 정도는 별 문제로 여기지 않을 정도로 도덕성과 법의식이 마비된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국방부는 지난 22일 성주군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제3의 사드 배치 후보지를 물색하겠다고 발표했다.

제3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성주군청에서 18㎞ 떨어진 롯데골프장으로, 이곳은 김천에서 가까워 성주 군민들의 반대와 더불어 김천시민들의 반발까지 일으키고 있다.

사드 배치를 앞두고 소통을 전제로 한 충분한 대화 없이 폐쇄적 권력구조에서 비롯된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정부가 이제는 제3후보지 문제로 주민들의 갈등과 고통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민심과는 동떨어진 정부의 소통 부재는 결국 불통으로 나타나고 있고 불감(不感)이라는 후유증을 생산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훌륭한 수령이 백성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했다.

‘옹폐불달(雍蔽不達) 민정이울(民情以鬱) 사부소지민(使赴遡之民) 여입부모지가(如入父母之家) 사량목야(斯良牧也)’.

“막힌 심정이 트이지 못하면 국민들은 답답해 할 것이니,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려는 국민들로 하여금 제 부모의 집 드나들 듯 하게 해주어야만 훌륭한 수령이라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불통으로 대변되는 현재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다산의 가르침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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