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관정 부족한 동부지역...가뭄에 더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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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좌 52곳에 불과해 급수 지원 애로…이웃간 갈등 요인
▲ 제주시가 물탱크차를 이용해 농업관정이 없는 구좌읍지역 당근밭에 물을 지원해 주고 있다.

제주시 동부지역에 농업용 지하수 관정이 부족해 가뭄 발생 시 급수 공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농업인은 물론 마을 수리계(수리사업 공동조직) 간 농업용수 공급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28일 제주시에 따르면 농업관정은 애월 101곳·한림 70곳·한경 115곳 등 서부지역은 286곳인 반면, 구좌 52곳·조천 48곳 등 동부지역은 100곳에 머물고 있다. 서부지역이 동부지역보다 2.8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구좌읍지역에선 한 달간 이어진 가뭄으로 당근 씨가 발아되지 않으면서 액비차량(11t)과 물탱크차(5t), 소방차(5t) 등 급수차량 4대가 동원돼 급수 지원에 나섰다.

이 같은 급수 지원에도 관로 시설마저 열악해 급수차량에 탑승한 공무원들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으로 당근밭 위치를 확인하며 물백과 물탱크에 물을 채우는 등 비상근무에 나섰다.

구좌읍 당근밭 면적은 1340만㎡에 이르고 있지만 농업관정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수압이 떨어지면서 농업인들끼리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관정에서 가까운 당근 밭에서 하루 종일 스프링클러를 돌리다 보니 멀리 떨어진 곳에는 수압이 떨어져 밭에 물을 제대로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물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마을 수리계에선 짝수·홀수일 또는 요일 별로 관정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웃 마을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농업인 김모씨(74·행원리)는 “동부지역은 관정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다보니 관정 위치에 따라 누구는 농업용수를 펑펑 쓰고 누구는 아예 쓰지 못하면서 갈등의 단초가 되고 있다”며 “관정 개발이 안 된 마을에는 저수조라도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30㎜가 넘는 단비가 내려 가뭄이 해갈됐지만 앞으로 가뭄이 발생할 때마다 농업인과 마을 간 다툼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구좌읍 해안지역은 관정을 뚫어도 염지하수가 나올 확률이 높아 농업관정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대형 저수지와 마을연못 등 수원지마저 없어서 가뭄 극복을 위한 대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는 도내 전 밭작물의 급수율을 91%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내년부터 2024년까지 1447억원(국비 80%·지방비 20%)을 연차적으로 투입하는 농업용수 광역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관정 개발 58곳, 용천수 개발 6곳, 대용량 저수조 58개, 연계 관로 503.9㎞를 설치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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