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한 양배추 묘종을 심지 못해 마음 고생이 컸는데 이번 비가 가뭄 해갈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난 7월 초순 이후 한 달 넘게 이어진 폭염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바짝 메말랐던 농작물들이 지난 27일 오후부터 28일 오전까지 내린 비로 생기를 되찾았다.
가뭄 때문에 농작물 씨앗과 묘종 등을 심지 못해 애를 태우던 도내 농가들은 28일 오전부터 부터 양배추와 브로콜리 묘종을 심으면서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마늘 파종기를 맞아 가뭄으로 작업을 미루던 마늘 농가들도 인부들을 동원해 종자 심기에 구슬땀을 흘렸다.
이날 오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양배추밭에서 묘종을 심고 있던 이순희씨(63·여)는 “묘종을 심기 위해 밭을 갈았지만 가뭄 때문에 손을 놓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며 “1달 넘게 기다리던 비가 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인근 감자밭에서 만난 남한현씨(62)도 하늘을 바라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남씨는 “4년 전 귀농해 고구마를 심다가 올해 처음으로 감자를 심었다”며 “지난 15일 씨감자를 심은 이후 가뭄 때문에 가슴이 바짝 타들어갔는데 이번 비로 시름을 놓게 됐다”고 말했다.
양모씨(45·남원읍)는 “가뭄에다 폭염으로 일사병에 걸린 감귤 열매를 볼 때마다 한숨만 나왔는데 한고비를 넘기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서귀포시와 제주지방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번 비로 서귀포시 대정읍 28.5㎜, 안덕면 39㎜, 성산읍 38㎜, 중문동 26㎜, 제주시 구좌읍 27㎜, 애월읍 33㎜, 한림읍 25㎜ 등 도내 전역에서 단비가 내렸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이번 비가 감귤은 물론 양배추, 브로콜리, 월동무, 감자, 마늘 등 묘종심기와 파종에 들어간 밭작물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특히 폭염이 수그러들고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당분간 가뭄 걱정은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