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산 안흥찬 산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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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제주펜클럽 회장/동화작가

지난 21일 산악박물관에서 원로 산악인 안흥찬·김영도 특별 강연회가 있었다. 많은 산악인들이 원로 산악인, 소산 안흥찬 선생의 한라산에 대한 사랑과 행적들에 귀를 기울였다. 소산 선생은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한라산이라는 화두만 만나면 열정이 솟아난다. “산을 오르는 것은 산을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산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수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소산의 생각은 특별 강연회에도 엿볼 수 있었으며, 한라산을 애인처럼 사랑했던 소산의 삶을 만날 수 있었다. 길도 제대로 나지 않은 한라산을 오르내리며 한라산을 개척한 분이니 한라산에 관심이 있는 도민이라면 소산을 알고 있을 것이다. 소산의 삶에서 한라산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라산을 1000회나 오른 소산을 뵙게 되면 나는 대한민국에서 그보다 더 한라산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루라도 산을 오르지 않으면 그리움에 몸살이 난다’는 소산에게 한라산은 삶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라산은 첫째 부인이고 나는 둘째 부인이다”는 사모님의 말 속에는 원망보다는 한라산을 사랑했던 남편에 대한 자긍심이 가득하다. 4·3사건 후 한라산이 개방되고 나서 15세되던 중학교 2학년 겨울, 미군이 쓸 숯을 지고 처음 한라산에 올랐다가 장엄하고 신비로운 경치에 매료되어 제대 후 오름을 개척한 김종철 선생과 길도 없는 한라산을 오르기 시작하여 출근하듯이 한라산을 올랐다고 했다.

지난 화요일, 친구들과 제주시 연동에 자리잡은 소산 산악관을 찾았다. 2008년에 개관한 2층 규모의 산악관에는 1957년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하면서 써온 버너와 코펠, 텐트, 군인들이 쓰던 식기나 반합과 설피, 의류 등 수백 가지의 등산 장비가 전시돼 제주의 산악사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라산뿐만 아니라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네팔, 말레이시아의 산들에 이르기까지 소산의 등산 역사, 곧 제주의 등산 역사를 만날 수 있었다.

또한 한라산에서 발생한 조난자를 구조하다가 1963년에 조난자구조회를 창립하고, 대한적십자사 산악안전구조대, 제주산악회를 창설하는 등 한라산을 사랑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기록들도 함께 하고 있다. 철쭉제, 고상돈기념사업 등 소산의 업적은 제주도문화상 수상으로 증명한다.

또한 한국서화작가협회의 초대작가이며, 제주연묵회 이사를 지낸 그가 직접 그린 한라산 소묵화가 소산 산악관을 채우고 있으며, 힘찬 필력을 보여주는 서예 작품들이 전시돼 찾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자연을 파괴하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탐석을 하지 않고 신문지를 이용해 수석처럼 빚어낸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등의 작품들을 보면 소산이 얼마나 한라산과 제주를 사랑했는지 감동으로 다가온다.

50년 산악인생을 전시하기 위해 지은 소산 산악관은 가지고 있는 등산, 그림, 서예, 가족사, 교류활동 등을 모아 놓은 소박한 산악관이다. 어머니로 삼아 돌아가실 때까지 모셨던 최정숙 교육감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제주에는 미술관을 포함해서 100여 개의 박물관이 들어섰다. 대부분의 박물관이 수입창출을 위해 지어졌다면 소산 산악관은 소산이 가지고 있는 한라산 사랑의 흔적들을 모아놓은 것들이고, 관람자들에게 한라산 사랑, 제주도 사랑을 가르치는 교육현장이 되고 있다. 화려하지도 않고, 예술적인 전시 디자인도 아니지만 한라산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찾아가라고 강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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