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한 화산체를 둘러 싼 능선과 굼부리 내부의 모습은 마치 '체'를 연상케 한다.

제주에 있는 360여개의 오름들은 서로 높이나 규모만 서로 다를 뿐 저마다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오름 중의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의 체오름이다.


한라산국립공원 구역 내 오름군(群)을 제외하면 구좌읍은 가히 오름의 왕국이다.


한라산국립공원 내 오름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돼 있어 그림의 떡이다.


그러나 구좌읍 오름군락은 크고 작은 이름 있는 오름들이 자리하고 있어 직접 등반할 수 있으며, 특히 송당권에는 많은 오름이 밀집돼 있는데 그중 체오름은 단연 으뜸이다.


체오름이라는 이름은 오름의 산세가 마치 곡식에 섞여 있는 이물질을 걸러 내는 체(골체)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거대한 화산체를 둘러 싼 능선과 굼부리 내부의 모습이 마치 체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체오름을 쉽게 찾기 위해서는 네비게이션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인근에서 자칫 헤맬 수 있으니 안내자가 함께 하면 더욱 좋다.

   
▲ 굼부리에 홀로 서있는 후박나무

오름 안내판을 지나 오솔길을 10여분을 걷다보면 동백나무 숲길이 먼저 반기는 데 동백나무와 어우러진 인근의 울창한 원시림을 걷는 것만도 일품이다.


얼마를 더 가면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체오름의 굼부리 속이다.


일반 오름들은 정상에 도달한 후 굼부리로 내려가는 반면 체오름은 굼부리 속살을 먼저 눈에 담은 후 능선을 오르게 된다.


굼부리 내부에 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굼부리 한 가운데 외롭게 서 있는 후박나무 한그루.


이 나무가 외롭게 굼부리 내부를 혼자 지키고 있어서 그런지 ‘왕따나무’라는 별명도 있다.


굼부리 내에서 체오름 산세를 둘러보면 산체의 모습이 ‘체’가 아닌 거대한 성곽 안에 서 있는 느낌과 함께 탄성이 절로 난다.


대부분의 오름이 산 정상에서 굼부리까지의 경사가 완만한 반면 이 오름은 경사도가 90도. 절벽이다.


깎아 내린 듯 한 산체에는 온갖 나무들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원시의 밀림을 자랑하고 있다.

   
▲ 체오름 정상에서 본 능선 모습

예부터 이 곳은 풍수적으로 남성적인 강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는 말이 구전되고 있는데, 웅장한 산세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영험한 기운에 몸이 눌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오름의 또 다른 특징은 바닥이 이중구조로 형성돼 있다.


굼부리에서 오른쪽 방향의 등반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정상이 아닌, 또 다른 초원지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드넓은 고사리밭이다. 봄철이며 고사리를 비롯한 산나물 채취객들이 눈에 띈다.


고사리밭을 조금 걸으면 좌측으로 정상을 향한 길이 눈에 들어온다. 자칫 지나칠 수 있으니 발자국 흔적을 잘 살펴야 한다.


흐르는 땀과 거친 숨을 참아가며 오르다 보면 더 오를 곳이 없다. 정상이다.

 


이 곳에 서서 처음 도착했던 굼부리를 보다보면 그 깊이에 감탄과 함께 아찔함이 느껴진다.
여기서부터는 완만한 능선을 타면서 맞은편으로 하산할 차례이다.


길게 늘어선 편백나무가 능선 등반로를 둘로 나눈다.


편백나무를 중심으로 오름 내부쪽은 굼부리와 이를 애워 싸고 있는 산세를 보며 걷는 길이요, 외부쪽 길은 주변에 드넓게 펼쳐진 목장과 거슨새미오름, 안돌오름, 밧돌오름, 거친오름 등  주변의 오름군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욕심을 부려, 곳곳에 양쪽을 넘나들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오가는 번거로움을 감내하면 상반된 두 곳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걷다보니, 어느덧 맞은편으로 하산.


이 곳서 도보로 10~20여 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안돌, 밧돌, 거친오름 등이 있으니 둘러  보는 것도 좋고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체오름 주변 편백나무 숲길을 잠시 걸으며 삼림욕을 즐기는 것도 좋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