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산에 아름다움 입히는 '한라산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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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원정서 본 검은소 따서 브랜드 이름…'제주오름 365프로젝트'도 기획

지독한 가난이 싫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무조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무일푼 상경해 남대문시장 청바지 장사를 시작으로, 3평짜리 등산복 제조업체 ‘동진’을 거쳐 자신이 만든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를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은 강태선 회장.


블랙야크의 강태선 회장은 강렬한 꿈과 열정,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최초’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 내며 한국 토종 아웃도어 시장을 넘어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섰다.


아웃도어 브랜드 대표답게 그의 화두는 늘 ‘산’이다.


“산을 찾으면 누구나 정상에 오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다.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이를 이겨내기 위한 생존 원리 역시 경영과 등산이 갖는 공통분모다. 산을 오를 때처럼 경영에도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산을 사랑한 소년
서귀포시 예래동 74-1번지. 앞으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 치고, 뒤로는 우리나라 최고봉인 한라산이 우뚝 버티고 있는 마을에서 태어난 강태선 회장.


“모교인 예래초등학교는 ‘산과 물을 사랑하자’는 것이 교훈이었으니 내가 산으로의 길을 따라 살아 온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농사도 짓고 가축도 키우는 집에서 태어나, 방과후 소와 말을 먹이는 일은 소년 강태선의 몫이었다.


왕복 20리길의 중문중학교를 걸어서 다니고, 가축을 쫓다보니 저절로 체력이 단련되면서 준비된 산악인으로 성장했다.


방목 중 풀을 찾아 한라산 기슭까지 올라간 소를 찾아다니며 산속에서 노숙도 하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을 수 있는 풀과 열매를 알게 되고 소 먹일 물이 있는 지형을 찾다 보니 산세에 대한 관찰력도 생기게 됐다.


고교시절에도 틈만 나면 한라산을 올랐지만 여름철뿐이었다.


그러다 1969년 제주 출신 선배가 낀 히말라야 원정대가 훈련 차 한라산을 찾았다.


겨울 한라산 정상을 밟고 픈 청년 강태선은 “초보자라 안 된다”는 선배를 졸라 드디어 녹담만설을 눈과 가슴에 담았다.


“그때 처음으로 아이젠 착용해 봤는데 고집스레 원정대를 따라가지 않았다며 겨울 한라산을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 경험이 나와 히말라야와의 인연을 맺게 해 줬고, 오늘의 사업을 이끌게 해준 토양이 됐다”

▲3평 매장에서 시작된 블랙야크
강 회장은 오현고 졸업 후 대학에 가지 않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가난한 가정환경 탓에 자신의 손으로 학비를 벌어서 진학하고 싶었다.


그렇게 2년을 보내다 1970년 지독한 가난이 싫고 오로지 돈을 벌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처음 정착한 곳이 남대문 시장.


이 곳서 의류상을 하는 이모님을 도우면서 생산과 유통, 자재, 경리, 자금 등 두루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 남대문시장에서 일하다가 관심을 끈 것이 등산장비업이었다.


당시는 미군용품을 개조해 좌판에서 판매하는 수준이었는데 젊은 강태선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등산용품 장사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소규모 판매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등산장비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지금은 비록 개조한 군용품과 외제품을 취급하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된 국산 등산용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키워갔다.


단돈 500원도 없던 시절, 보증금 50만원에 월 임대료 2만원이 없어 점포 하나 얻는데 전전긍긍할 때 평소 열심히 일하는 부지런한 모습 하나 보고 선 듯 돈을 빌려준 은인덕분에 드디어 1973년 남대문에 블랙야크의 모태인 3평 규모의 ‘동진산악’이라는 등산전문점 간판이 세워졌다.

 

▲블랙야크의 탄생
‘자이언트’라는 브랜드로 배낭을 만들어 등산 동호회 등에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텐트, 침낭, 신발 등을 제작했는데, 국산화 초창기여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기술과 아이디어는 현장에 있다’라는 생간에 틈날 때마다 산에 오르며 등산객들에게 필요한 장비를 만들어 내면서 이 곳을 찾는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1991년 취사 및 야영금지로 등산객이 하루아침에 끊기면서 동진 뿐 아니라 취사용품 업체 등 등산 관련 업체들이 불황을 맞았다.


돌파구의 해답을 찾기 위해 강 회장은 1993년 히말라야로 떠났다.


그리고 당시 등산시장은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했지만 등산장비에서 벗어나 등산의류사업 진출이라는 계획을 세웠다.


동진을 처음 세울 때 그랬듯 히말라야에서의 계획은 모험이자 도전이었으나 성장 가능성은 높았다고 판단했다.


등산복에 패션의 개념을 가미해 산과 만난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여기에 기능성을 더하겠다고 계획했다.


또 하나의 고민거리는 동진은 전문등산용품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등산의류를 전문으로 하는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등반대의 짐을 싣고 강한 눈보라에도 우직하게 걷고 있는 검은 털로 뒤덮인 야크가 눈에 들어왔다.


옛날 겨울 한라산에 오를 때 선배로부터 야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늘 궁굼했었는데 히말라야 원정에서 야크의 실제모습을 보게 됐다.


그때 마침 옆에서 걷고 있던 엄홍길 대장이 “새로운 브랜드 이름으로 야크는 어때요?”라고 말을 건냈다.


“역시 이만한 이름은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히말라야의 혼을 상징하는 검은 소 ‘블랙야크’를 새로운 브랜드명으로 결정했다.


당시 등산의류는 디자인보다 기능성 위주여서 모양새가 투박했기 때문에 새로운 인식을 창조해야할 숙제가 또 남았다.


강 회장은 투박한 기존 등산의류 시장에서 채워지지 않는 소비자들의 니즈(Needs)는 디자인이며, 등산복도 옷이니 기왕이면 예쁘고 멋있게 입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드디어 1995년 블랙야크라는 이름의 등산복이 첫 출시됐으며 1996년 ‘산에도 패션시대가 온다’라는 광고를 앞세워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실직자들을 산으로 불러 들였으며 2000년대 들어 아웃도어는 패션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이후 계속된 성장을 거듭한 강 회장은 사세가 더욱 확장되면서 탄력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 2010년 동진레저의 회사명을 (주)블랙야크로 바꾸게 된다.


블랙야크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박람회인 ‘뮌헨 ISPO 어워드’에서 업계 최초로 11관왕에 오른데 이어 지난 7월에는 유럽 최대 아웃도어 전시회인 ‘2016 독일 프리드리히샤펜 아웃도어쇼’의 ‘아웃도어 마크트’어워드에서 ‘차세대 브랜드(Upcoming Brand)’  분야를 수상하며 글로벌 브랜드로의 위상을 높였다.


그 어떤 고난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 히말라야의 검은 소 야크처럼 블랙야크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시장 진출 계획과 함께 아웃도어속옷, 아웃도어세제 각 분야 전문 업계와의 협업은 물론 소재와 기능성을 높인 신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에서 인재 발굴
블랙야크는 2013년부터 스펙중심의 평가보다 다양한 과점에서 블랙야크의 인재상에 맞는 새로운 인재 발굴을 위해 산행면접을 시작했다.


우직한 걸음으로 히말라야에 오르는 야크처럼 고난 속에서도 도전정신과 열정을 잃지 않고 직무를 수행할 인재를 찾기 위해서다.


“스펙보다는 지원자가 자신이 희망하는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산행면접은 실내의 틀에 박힌 면접과정에서 평가하기 힘든 리더십, 도전정신, 순간 대처능력 등을 세심히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시간 체력소모가 많은 만큼 팀원 간 배려심도 엿볼 수 있고, 스펙 뒤에 숨겨진 지원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의 자연이 경쟁력이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 한라산을 오르내리며 산악인이 됐고, 아웃도어 브랜드를 이끄는 사업가가 됐다. 제주의 좋은 공기와 아름다운 경치는 나에게 용기와 위로, 지혜를 주었다”


강 회장은 제주의 자연환경이 경쟁력이 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도민들로부터 정부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현재 중국 위주의 관광객 비중을 다양한 국가로 늘릴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제주에서만 경허할 수 있는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가 필요하고 제주도민 모두가 홍보대사가 돼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사)제주국제협의회 회장직을 맡아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제주인의 지혜를 모으고 있으며, 앞으로도 제주도가 직면한 다양한 현안을 중심으로 미래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100대명산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블랙야크는 올해 제주도에 산재한 360여개의 오름을 활용, 제주오름 365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현재에도 많은 등산애호가들이 오름 등반을 위해 제주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이 프로젝트가 신행하게 되면 제주의 오름이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면서 제주경제 성장에도 한몫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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