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는 물러갔으나 국민들의 분통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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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경제부장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지긋지긋한 더위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지난달 28일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가 내리면서 한 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리고 가뭄도 해갈됐다.

올 여름은 그 어느 해 여름보다 무더웠던 것 같다.

연일 30도를 훌쩍 넘기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27일 오전 11시를 기해 제주지역에 내려졌던 폭염주의보가 해제됐다. 지난 5일 폭염특보가 발효된 이후 22일 만이다.

또한 지난 7월 17일부터 무려 40일 동안 이어지면서 도민들의 밤잠을 괴롭히던 열대야도 지난달 27일과 28일 사이에 열대야의 기준 온도인 25도 이하로 내려가면서 해제돼 무더위 걱정 없이 편안하게 잠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연속 40일 열대야 기록은 지난 2013년에 이어 기상관측 사상 두 번째다. 이번 무더위는 그야말로 숨이 턱턱 막히는 수준이었다. 낮에는 밖에 나가기가 무섭고, 그렇다고 출근이나 등교를 하지 않을 수도 없고. 밤에도 한낮의 열기가 식지 않아 온몸에서 땀이 흘러 내려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지난 여름 무더위보다 더 국민들을 열받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바로 전기요금 폭탄이다.

지난 7월 네 식구가 사는 어느 가정의 전기요금이 34만원 넘게 고지됐다. 이 가정의 7월 한 달 전력 사용량은 780㎾h. 전달 사용량의 두 배가 채 되지 않는데 요금은 4배나 나왔다.

이처럼 평소 한 달에 약 5만원 안팎의 전기요금을 내다가 7월에는 30만원 안팎으로 요금이 급격히 뛰는 가정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기 사용량이 500㎾h를 넘어가면 이처럼 요금이 훌쩍 뛰는데, 전기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1단계부터 6단계까지 12배 가까운 누진요금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제 얼마 없으면 나올 8월 전기요금 고지서가 더 걱정이다. 7월은 중순께부터 열대야가 시작됐지만, 8월은 한 달 내내 폭염주의보와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에어컨 사용시간도 더 많아져 전기 사용량도 7월보다 더 늘어 말 그대로 전기료 핵폭탄이 될 것이다.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상점가 등에서는 에어컨을 마음껏 가동하면서 문까지 열어 장사하는 이른바 ‘개문냉방’하는 업소가 수두룩한데 일반 가정에서는 전기요금이 무서워 함부로 가동도 못하고, 큰 맘 먹고 에어컨을 켠 국민들은 전기료 폭탄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 때문에 누진제 폐기 및 개선의 요구가 지난달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에 정부에서 내놓은 안은 “하루에 3시간 30분 정도만 틀면 전기료 폭탄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제주에서도 한 근로자가 온열병으로 사망하는 등 에너지빈곤층이 무더위를 견디지 못해 쓰러지는 등 전 국민이 무더위로 허덕이는데 염장을 지르는 소리다.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을 모셔두고 사는 국민들이 “누진제를 완화해 에어컨 좀 틀게 해달라”는 여론에 정부에서 기껏 내놓은 답이 ‘3시간만 에어컨을 틀라’는 것이었다.

이번 여름 무더위는 우리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다. 인도 북부 라자스탄주에서는 지난 5월에 벌써 섭씨 50도를 기록했으며 북극의 얼음은 관측 사상 최저로 줄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5월에 때 아닌 폭설이 내리고, 영국은 수년째 이상 저온을 겪는 등 지구가 변덕을 부리고 있다.

2001년 이후 10년 간 한국은 연평균 기온이 0.5도나 뛰었다. 2013년 제주지역에서는 44일 연속 열대야를 기록하는 등 대한민국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이제 언제 또 올해와 같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국민들을 괴롭힐지 모를 일이다.

정부는 이 같은 이상기후에 국민들이 잘 적응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다음 무더위 때는 ‘에어컨 3시간만 틀라’라는 식의 대책이 아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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