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다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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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다니엘 에버렛의 ‘잠들면 안돼, 거기 뱀이 있어’에 나오는 말이다.

“굳이 깊은 아마존 정글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에는 고난과 위협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피다한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잠을 자지 않는 불편한 생활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주어진 상황을 여유롭게, 유쾌하게 즐긴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삶은 어쨌든 계속될 뿐이다.”

정글의 뱀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는 아마존의 피다한 족. 그래서 밤을 새워 춤추고 노래하며 보내는 사람들이다. 밤잠을 자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싶어도 그들은 그 어떤 사람들보다 밝고 긍정적이며 행복한 삶을 누린다.

우리는 뱀 걱정 없이 잠 잘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비단 피다한 족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 지구상에는 소수민족이 의외로 많다. 그들은 그들만의 오랜 전통과 풍속을 버리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 또 고유의 언어로 의사를 전달하고 있고 독특한 문화도 갖고 있다.

이 경우, 고유의 언어는 고립과 단절의 다른 의미다. 세상과의 통섭을 꺼리거나 두려워하면서 문명과의 소통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다.

몇 년 전, 중국에 갔다 그곳 소수민족의 삶을 눈앞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장가계, 천안문, 만리장성, 황산으로 이어지는 여정의 도처에서 손쉽게 그들과 만날 수 있었다.

커다란 땅덩이 여기저기 광범위하게 흩어져 사는 그들의 한쪽 귀퉁이를 지켜본 것에 불과했지만, 삶의 한 단면으로 들어왔다.

관광객이 들끓는 곳이면 어디든 우르르 무리 지어 몰려다니는, 거지 행색의 허름한 남루에 검은 낯빛의 그들.

손으로 공들여 만든 것으로 보이는 투박한 민속공예품에서 크고 작은 과일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물건들을 손에 들고 팔에 주렁주렁 매달아 관광객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호객을 하고 있었다. 사람에게 덤벼들기라도 할 듯 공격적이고 과감한 접근인 데 놀랐다.

한눈에 한국인인 걸 알아보는 그들의 입에서 나온 우리말, “몽땅 천원!” 까만 비닐봉지에 담은 귤도 몽땅 천원이란다. 자그만 감귤(우리 같으면 비상품 파치) 열 알이 더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왜소한 키에 물꼴 본 지 오래된 까만 얼굴로 까마귀처럼 지저귀는, 그러나 발음 또렷한 “몽땅 천원”이 내 귀엔 실존의 절규로 왔다. 우리 돈 천원은 그들에게는 큰돈이다. 악착같이 달려드는 그들에게 선뜻 손을 내미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그들은 매일 그 길목을 지킬 것이다. 생존을 위한 일이다.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지는 못했으나, 표정은 그리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주어진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모습이 절박하면서도 진지해 보였다.

그들이 한족들 틈에 끼어 살게 된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으리라. 구차한 삶, 그러나 그들의 현실은 자신들이 선택한 결과라는 엄연한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고, 그래서 순명(順命)의 삶을 살아가는지 모른다. 피다한 사람들처럼.

그들에 비하면, 우리는 조상이 선택한 이 땅에서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다. 투덜대기 전에 세상을 한 번쯤 둘러보면 어떨까.

먼저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제게 주어진 몫은 다하고 있는지,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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