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허리·무릎 등 관절 질환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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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오가피

해 뜨는 제일 장관이 ‘성산일출’이라면 해가 지는 풍광은 어디가 제일 일까.

사라봉에서 보는 ‘사봉낙조’가 영주십경의 하나라지만 필자는 고산 수월봉의 낙조가 단연 으뜸이라 생각한다.

성산포의 정반대 서쪽 끝에 자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원하게 펼쳐진 쪽빛과 비취색이 어우러진 바다, 기암괴석의 차귀도, 거북모양을 한 단상봉 등 수월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일대의 자연경관이 어디 못지않게 빼어나기 때문이다.

이곳 수월봉에 약초와 관련되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 ‘수월이’와 ‘녹고’라는 남매가 있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병이 들어 앓아누웠다. 한 스님이 100가지 약초를 구하면 어머니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알려줬다.

남매는 99가지 약초를 구했으나 마지막 약초를 구하지 못했는데 그것이 바로 오가피였다. 수월봉 절벽에 그 오가피가 자란다는 얘기를 듣고는 남매가 절벽으로 찾아 나섰다.

절벽으로 기어내려간 수월이가 오가피를 발견하였지만 오가피를 건네는 순간 위에서 잡아주던 오빠 녹고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동시에 수월이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고 녹고는 너무 슬퍼 17일 동안이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수월봉 아래쪽 ‘엉알’(높은 절벽 밑의 바닷가)에 가면 절벽의 지층 틈 사이로 빗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녹고의 눈물’이라 부른다.

오가피는 거풍습약(祛風濕藥)에 속한다. 풍습(風濕)을 몰아낸다는 의미이다. 풍습이라면 손가락, 허리, 무릎 등 관절이 아프거나 시리거나 무겁거나 비틀거나 하는 관절계통의 증상을 포괄한다. 濕의 병변은 아래로 먼저 침투하는 성향이 있기에 무릎이나 허리에 주로 증상이 발현된다.

특히 오가피의 좋은 점은 몸을 보익(補益)하는 성질이 있으면서 풍습을 몰아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허리, 무릎 질환에 더없이 좋은 약이 오가피이다. 근골을 강하게 해주면서 풍습을 몰아내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자생하는 오가피는 ‘섬오가피’(Acanthopanax koreanum)로 육지에서 주로 자라는 오가피(Acanthopanax sessiliflorum)와는 종이 약간 다르다. ‘섬오가피’는 제주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에는 제주천년약초영농조합법인의 노력으로 ‘제주 섬오가피’가 특허청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에 최종 등록되기도 했다. ‘지리적표시제’는 상품의 품질과 특성 등이 본질적으로 그 상품의 원산지로 인해 생겼을 경우, 그 원산지의 이름을 상표권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이다.

대한약전에는 오가피와 동속인 근연식물도 약재로 쓸 수 있다고 되어 있어 섬오가피도 한약재로 쓸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고문헌에 근거한 오가피와는 다른 만큼 보다 면밀한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것은 제주한의약연구원 등 관련기관에 주어진 당면한 과제이기도 할 것이다.

녹고의 어머니는 어떤 병을 앓았을까. 오가피를 캐려던 것을 보면 아마도 혹시 관절 질환은 아니었을까. 관절 질환은 제주의 경우 근골격을 써야하는 농업인구의 비중이 높아 이에 쉽게 노출되며 특히 급속한 노령화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 질환이다. 며칠 전 해녀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간 적이 있는데 이 분들이 주로 호소하는 질환도 관절통이었다.

오가피는 달여서도 먹지만 술로 담가 먹어도 좋다. 술에는 혈맥을 통하게 하고 한사(寒邪)를 몰아내는 작용이 있어 오가피의 효능을 상승시킨다. 또한 좋은 유기 용매도 되므로 유효 성분의 용출이 쉬울 수 있다.

오가피의 주된 약효는 뿌리와 줄기의 껍질에 있다. 개체 보호를 위해서는 줄기만으로도 충분하겠다.

가끔 산을 오르다 보면 뿌리 채 뽑힌 각종 자생식물의 채취의 흔적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국립공원에서의 무단 채취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법 이전에 자연을 보호하고 종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은 제주 도민으로서의 의무라는 사실 또한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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