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부치는 마음
당신께 부치는 마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정은희. 제주문화교육연구소 소장

계절의 흐름은 사람의 마음을 숙연하게도 하고 오는 것에 대해 기대를 갖게 합니다.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그립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 삶의 시간은 ‘찰나’에 지나가며 그 속에서 당신에 대한 그리움은 깊어만 갑니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멀리 있는 내가 힘들어 할까봐 당신은 “잘 지낸다”고 하시지만 나는 님을 향한 그리움으로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많이 보고 싶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서울에 가면 멀리 제주에서 왔다고 더욱 신경써주는 당신의 마음에 가슴이 찡 하곤 합니다. 서울의 당신은 나에게 제주 사람이라며 가야한다고 챙겨주시고, 제주에 돌아오면 제주사람들은 나를 서울 사람이라면서 제주사람이 아닌 이방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고향은 어디이고, 사람들에게 고향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하루를 살아도 제주를 사랑하면 제주사람이고 제주태생이라도 제주를 사랑하지 않으면 제주사람이 아니라고들 말합니다. 제주를 사랑하는 이주민도 제주사람인 것을, 나는 서울에서는 제주댁, 제주에서는 서울댁으로 불리워집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제가 제주로 간다고 했을 때, 당신이 걱정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서울을 떠나 온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스무 번의 여름을 보내고 또 새로운 가을맞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바다는 더 푸르러지고, 뜨겁던 시간은 태양과 함께 저물었습니다. 늦은 저녁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살갗을 스치는 바람을 타고 가을을 알려옵니다. 하늬바람은 당신의 소식을 전해오고, 파도 소리는 남쪽 섬의 소식을 당신에게 보냅니다. 저 초생달이 한가위 달이 되면 보고픈 당신을 뵐 수 있습니다.

저는 늘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제주에 처음 왔을 때, 모든 것이 낯설어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곳 또한 나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하늘이 높고 푸른 날 문뜩 제가 살고 있는 제주를 돌아봅니다. 제2의 고향인 제주가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언제가 당신이 제주에 오시게 되면 저의 집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제주가 변하고 있어 걱정이 앞섭니다. 골목마다 옛집들이 헐리고 새 건물들이 세워지면서 점점 제주다운 모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한 아름답던 자연환경과 제주의 문화재들도 무차별 개발 때문에 빠르게 파괴되고 있습니다.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원형의 손상을 최소한 막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성급한 행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쉽습니다.

십여 년 전 당신이 제주에 왔을 때, 가보고 좋아했던 용머리해안이 지금은 원형이 많이 훼손되었습니다. 용머리해안에 설치했던 다리가 여론 때문에 다시 보수를 한다고 하네요. 처음부터 심사숙고 했더라면, 환경의 훼손과 경제적인 손실은 없었겠지요. 제가 연구차 제주 답사를 다닐 때마다 속상한 것이 또 있답니다. 마을의 신당과 용천수를 복원할 때 물 솟음을 막거나 신들이 사는 집인 궤를 막아 버리는 등 원형과는 다른 모습이 된 곳도 있습니다.

산업사회의 발전은 인구의 증가와 개발로 인해 자연환경의 급속한 파괴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제주의 지속가능한 삶을 원한다면 다 같이 지혜를 모아 그 파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신중한 개발정책을 펼쳐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문화와 함께 공존하는 아름다운 제주를 만드는 것이 제 뜻이자 당신의 마음일 것입니다.

우리 제주는 함께 누려야 할 아름다운 공존의 땅이니까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