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벌초하면서 애국지사 희생정신 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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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흥사단, 추석 앞둬 백응선 독립투사 무덤서 성묘

 

제주흥사단(대표 임재흥) 회원들이 7년째 애국지사의 묘소에서 벌초와 성묘를 하고, 고인의 넋을 위로하면서 훈훈한 추석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

회원 15명은 지난달 22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속칭 ‘조립납’ 곶자왈에 있는 애국지사 백응선(1896~1920) 묘소에서 무성하게 자란 풀을 베고 제사를 올렸다.

추모행사를 하게 된 것은 제주 출신 독립운동가를 추적해 온 고영철 함덕초등학교 교장(60)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제주흥사단 전직 대표인 그는 백응선 지사의 묘가 오랫동안 방치된 사실을 알게 된 후 회원들과 함께 2009년부터 올해까지 7년째 벌초를 하고 있다.

백응선 지사는 1919년 3월 21일 제주 최대의 독립운동인 조천만세운동을 주도한 핵심인물 14명 중 한명이다. 백 지사는 3차례나 시위를 주도하다가 일경에 체포됐다.

6개월 동안 옥살이를 한 후 풀려났지만 고문 후유증으로 1920년 25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다. 당시 네 살 된 외동딸만 살아있었고, 가족 모두는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됐다.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함께 투옥된 동지 13명은 동미회(同味會)를 조직했고, 감옥에서 새끼줄을 꼬는 노역을 통해 돈을 모았다.

1922년 출소한 동지들은 이 돈으로 젊은 나이에 요절한 백 지사의 묘비를 건립했다.

이들은 일경의 감시를 피해 길도 나지 않고 수풀이 우거진 한라산 기슭 교래리 곶자왈에 묘비를 세우고, 13명의 동지 이름과 독립운동을 선동했다는 ‘宣傳獨立(선전독립)’ 글귀를 새겨 놓았다. 

목숨까지 바쳤던 애국지사의 잃어버린 무덤을 찾게 된 흥사단 회원들은 고인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매년 8월마다 성묘를 하고 있다.

아라초등학교 교사인 백민자 회원은 벌초 첫해부터 손수 과일과 고기적갈을 준비해 제삿상을 차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전국에 산재한 5000여 곳의 독립운동가 묘역을 일일이 조사한 역사연구가 박원연씨가 서울에서 내려와 벌초에 참여했다.

고영철 교장은 “백 지사의 묘소는 워낙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일제가 훼손을 하지 못했다”며 “회원들은 조국 광복도 보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독립투사의 숭고한 뜻을 받들기 위해 추석을 앞두고 성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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