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축제에 가민 미신거 있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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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택. 서귀포예총 회장

축제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지상에서는 농부들이 구슬땀을 자양분으로 오곡이 무르익어가고, 바다에서는 오뉴월 따뜻한 수온에 산란한 어린 해양 생물들이 한껏 자라나 풍어를 기다리는 계절이 9월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축제는 그 지역 주민들이 모여 한해 농사의 풍년을 안겨준 하늘에 감사를 드리고, 겸하여 지역의 안녕과 화합 그리고 계속 풍년·풍어를 기원하는 제천의식이 담겨 있다. 때문에 축제 준비는 성스럽게 하며, 그 과정에서 참가자들의 화합을 위해 서로 놀이문화를 통해 경쟁이 아닌 기쁨을 공유하면서, 새로움을 창조 전승하는 게 축제의 본질이 아닌가 한다.

때문에 축제는 반드시 종교적 의미가 본류가 되고, 그 축제를 즐기는 놀이문화로 참가자들의 흥은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이는 올림픽에서만 보더라도 그리스 신전에서 채화되어 기간 내내 불을 밝히는 성화 또한 종교 문화의 소산이다. 유네스코 등재 세계무형유산 강릉단오제의 출발도 종교적 의미가 담긴 신에 대한 제의에서 시작된다.

헌데 제주지역 축제는 이러한 축제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못 저어하다 못해 두려운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왜 그럴까. 이는 최고 책임자의 성향에 따라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설설 기기 때문이다. 혹시 이러한 행사를 포함시켰다가 상사에게 눈치 보일까봐서 지레 겁을 먹고, 아예 실무선에서 검토 대상에서 제외시켜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눈살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흔하게 노출되고 있어, 제주 축제 미래는 고사하고 현실이 걱정 아닐 수가 없다.

행정에서는 제주를 민속학적으로 소개할 때, 1만8000신들의 고향이라고 아예 대놓고 홍보를 한다. 그러나 정작 축제를 살펴보면, 일1만8000신은 고사하고, 그 축제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지역 특성에 맞는 제천의식조차 하나 없다.

이러면서 강릉단오제 행사에 공직자들을 파견하여 축제를 살펴보라한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굳이 예산 낭비하면서 멀 리갈 필요가 없다. 도내 학자들이 그동안 조사하여 놓은 제주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면, 무엇을 축제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축제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길이 보인다. 우리 선인들은 이를 일러 온고지신이라 하셨다.

과거에 마을에서는 축제 자금을 모으기 위하여 마을마다 걸궁을 통해 축제도 알리고 기금도 마련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초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이러한 미풍양속이 사라져 버렸다. 따라서 이제는 행정에서 축제에 따른 비용을 지원하지 않으면 사실상 독자적인 축제는 어렵게 되었다. 행정에서 돈을 받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축제 행사에 대하여 떡반 나누듯이 행정의 보이지 않은 행사를 반영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게 엄연한 서글픈 현실이 되어 버렸다.

축제는 이벤트가 아니다. 축제는 페스티벌이다. 따라서 축제는 축제의 본질적인 뼈대를 먼저 튼튼하게 정해 놓고,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이벤트를 감초 정도로 가미만 하면 되는 것이다. 헌데 대부분 축제가 먼저 이벤트적인 것만으로 채워지다 보니 지역의 정체성은 오간 데가 없고, 기관·단체장 하는 개회식 자체가 전체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현실이 계속되는 한, 제주다운 축제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행정에 바라고 싶은 것은, 축제 예산을 지원은 하되, 참말로 간섭은 하지 마시라는 것이다. 그리고 기왕지사 예산지원도 풍년 스타일로 풍족스럽게 하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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