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가족 체육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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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세상 ‘키움학교’ 대표>

우린, 추석 때 친척들끼리 체육대회를 한다. 두 팀으로 나누어서 게임을 하는데 농구, 축구, 승부차기, 계주, 윷놀이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하이라이트인 경품 추첨을 한다. 경품 추첨은 안 걸리는 사람 없이 모두 받을 수 있도록 사람 수에 맞춰 경픔을 산다. 당연히 경품 안에서도 좋은 것과 안좋은 것이 있다.


추석 차례가 끝나고 친척들 모두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원래 시작은 가볍게 농구를 해야하는데 사촌 오빠가 “어! 농구 골대 없어졌다!” 그러자 아빠가 “어쩔 수 없다. 축구하자.”


축구는 남자들만 하기로 했었는데, 사촌 오빠랑 우리 오빠가 활약을 해서 큰 점수 차로 우리 팀이 이겼다. 그 전에 상대편 팀에 사촌 오빠가 잔디에 쓸려서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 그리고 우리 오빠는 공을 막다가 손가락이 삐었다.  “조심 좀 하지. 아프겠다.”


다음 승부차기를 했다. 승부차기는 여자끼리, 남자끼리 했는데 여자 승부차기는 계속 해도 다 막아서 아주 길게 연장이 됐다. 근데 우리팀이 골을 놔서 여자부는 우리 팀이 이겼다. 남자부는 아주 빨리 끝났는데 남자부도 우리팀이 이겼다. 전종목을 우리팀이 이겼다. 농구를 없애니까 뭔가 허전해서 사촌 언니가 “우리 발야구 해요.”  그러자 아빠가 “그래, 발야구 하자.”


그래서 발야구를 하게 되었다. 페트병으로 베이스를 표시하고 시작했다. 3아웃이 되면 공수 교대를 하는데 아쉽게 우리팀이 한 점 차로 지니까 오빠가 “5회까지만 더 해요.”  난 그때 너무 힘들었기에 “아! 그만 하고 싶은데...”했지만 결국 더 했다. 더 해도 우리팀이 지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계주는 내가 첫주자로 뛰었는데 사촌 언니랑 비등비등하게 바톤을 넘겨줬다. 뒤에 사촌오빠가 아주 빠르게 달려서 우리팀이 이겼다. 기다리던 경품 추첨을 했는데…난 후라이펜이 걸렸다.


‘아~~ 후라이펜 싫은데.’ 뭐 그래도 그냥 가졌다. 오빠는 휴지가 걸렸고 아빠와 엄마가 같은 게 걸려서 다른 걸로 바꾸기도 했다.


어쩌다 시작된 친척 채육대회가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지만 난 체욱대회가 정말 좋다. 내년엔 체욱대회가 더 발전되고 재미있을 거다.(신광초 6학년 김규연)


내가 만나는 초등학생 친구들에게 추석에 대한 글을 쓰게 했더니 이런 글을 쓴 친구가 있었다. 아버지 형제가 모두 육남매인데 몇 해 전부터 추석 차례가 끝나면 아버지 형제의 모든 가족들이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 체육대회를 한다는 것이다. 누가 먼저 이런 일을 시작했는지 물었더니 이 친구네 아버지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체육대회를 할 만큼의 형제가 모이기도 힘든 요즘에 이런 행사를 하는 가족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부러웠다. 가족들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보너스가 있으니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지만 규연의 아버지의 특별한 의지와 준비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흔희들 가족이 사라지고 있다는, 그래서 이젠 식사도 명절도 혼자가 편하다는 시절에 이렇게 여러 형제 가족들이 모여 왁자지껄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건 특별한 일이고 박수를 보낼 일이다. 혹시 규연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아 계시다면 이보다 더한 효도는 없을 것 같다. 또한 자녀들에게는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내라는 백 번의 말보다 부모 먼저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 한 번 보여줄 수 있는 게 훨씬 교육적으로도 좋은 일임은 더 말 할 필요조차 없다.


한 번 쯤 색각해볼 일이다. 지금 내가 부모님께, 혹은 형제들에게 하는 모습을 그대로 내 아이가 물려받아도 뿌듯한 모습일지, 어떻게 하면 그런 모습이 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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