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은오름 전경.

 

360여 개에 이르는 제주의 오름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이름을 갖고 있다.

 

모양새가 누워있어서 누운오름, 개꼬리를 닮아서 개꼬리오름, 오름 속에 샘이 있어 새미오름이나 정물오름, 곡식에 섞인 잡것들을 걸러내는 체(골체)와 닮아서 체오름 등.

 

이처럼 오름 산세의 모양새나 특징, 주변 지역의 이름, 샘, 오름이 품은 전설 등으로 오름의 이름이 지어진다.

 

그러나 제주시 구좌읍의 높은오름은 오름의 모양새나 특징, 지명이 아닌 단지 주변에 위치한 오름보다 높다고 해서 높은오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해발고도로 치면 한라산 백록담 주위에 있는 오름들은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당연히 높지만, 오름 바닥에서 정상에 이르는 높이로 치자면 높은오름은 제주에서 손꼽히는 높이를 자랑한다.

 

높은오름 인근의 다랑쉬오름와 제주서부지역의 큰바리메오름과 노꼬메오름이 비슷한 높이를 자랑한다.

 

높은오름은 구좌읍 공설공동묘지를 품고 있다. 높은오름 하단부가 공동묘지인 셈이다.

 

공동묘지 주변에 차를 세운 후 장사(葬事)를 지내는 과정에서 식당 등으로 사용하는 건물 옆으로 오름등반로가 개설돼 있다.

 

   
▲ 높은오름은 주변에 위치한 오름보다 높다고 해서 높은오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름처럼 등반로 역시 입구부터 정상까지 일직선 형태지만, 탐방로가 설치돼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높아서 높은오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처럼 등반로 역시 단순하다.

 

오름 입구에서부터 정상까지 ‘돌격 앞으로’ 형태의 일직선이다.

 

대부분의 오름들은 등반객들의 체력을 고려해 지그재그 형태로 오름탐방로가 개설돼 있다.

 

정식 탐방로가 없는 오름에서도 오름 오르미들은 경사도 등을 고려해 지그재그로 오르는데, 이곳 높은 오름은 등반로가 정상까지 곧추 뻗어있다. 그야말로 직접적이고 군더더기가 없다.

 

“인생 뭐 있어? 그냥 직진이지!”라고 외치는 듯 하다.

 

45도가 넘는 경사에 곧게 뻗은 탐방로를 걷다보면 숨이 헉헉 차오른다.

 

다른 오름들은 오르미들이 숨을 고를 수 있게 옆으로 길이 나고 다시 정상으로 향하는데 이 오름은 참 야속하다.

 

야자수매트와 로프로 된 탐방로를 걷다가 호흡이 가빠지고, 몸이 무거워 질 무렵 고개를 드니 탐방로의 끝이 보이며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저기가 끝이구나. 다왔다” 하는 안도감에 힘을 내어 오르며 탐방로 끝자락에 다다르니, 웬걸.

 

드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고 그 중심에 또 다시 커다란 산체가 우뚝 서 있다.

 

여기가 끝인 줄 알았는데, 겨우 절반정도 오른 상태. 그나마 몇 걸음은 평지를 걸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 곳에도 몇 기의 묘소가 있는데 산담에 낀 이끼상태를 보니 묘지가 조성된 지 족히 100년은 넘어 보인다.

 

   
▲ 높은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 남동부지역 오름군.

이 곳뿐 아니라 도내 일부 오름 정상부에 산소가 조성돼 있는데, 벌초철에 찾을 때마다 봉분과 산담이 잘 정비 된 것을 보면 매년 벌초를 위해 이 높은 곳까지 찾아오는 후손들의 열정이 놀라울 뿐이다.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제 아무리 높은오름이지만 하늘 아래 뫼이요,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르리 없건만….’

 

거친 숨과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오르다 보니 제대로 된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정상이다. 정상에는 둘레가 500여 m나 되는 원형 굼부리가 3개의 봉우리를 이어가면서 위용을 자랑한다.

 

높은오름이라는 이름값을 한다. 높이 솟아 있어 사방을 시원스레 조망할 수 있다.

 

특히 다랑쉬, 동검은이오름, 백약이로 이어지는 북~동~남쪽의 조망과 멀리 한라산에서 성산일출봉까지 예술의 경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위가 모두 내 발아래 있다.

 

   
▲ 높은오름은 주변 오름보다 높아 훌륭한 조망권을 자랑한다. 오름 탐방로 너머로 희미하게 성산일출봉이 떠 있다.

굼부리 능선을 한 바퀴 돌면서 주변을 조망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시선을 아래로 향해 풀숲 사이에 핀 온갖 야생화들을 보며 걷는 맛도 일품이다.

 

굼부리 속으로도 내달리고 싶지만 이 곳에는 벌써 이 오름의 주인인 말들이 풀을 뜯으며 탐방객들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온 이방인들을 경계하는 모양이다.

 

말들이 놀라지 않도록 굼부리 내부 탐방은 접어두었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