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가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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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편집국장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 마을 입구 소공원에는 35t 규모의 자연석으로 만든 고(故) 고광림(高光林ㆍ1920~1989) 박사 가족 현양비(顯揚碑)가 있다. 시ㆍ군 행정통합 이전인 2005년 당시 북제주군이 세운 것이다. 고광림 박사는 하귀리에서 태어나 신우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경성사범학교와 경성제국대학을 졸업했다. 미국 럿거스대에서 정치학박사, 하버드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주미 전권대사를 역임했다. 5ㆍ16이 일어나자 미국으로 망명했으며 최초로 하버드대에서 강연한 한국인이기도 하다. 고 박사의 부인은 전혜성 박사(87ㆍ뉴헤이븐 동암문화연구소 이사장)다. 전 박사는 제주도내 학생들의 국제교류와 김만덕 정신의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로 다음 달 5일 제37회 김만덕상 봉사상을 받는다. 서울 출신으로 이화여대 영문과 2학년 때 도미(渡美), 보스턴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땄고 예일대 교수를 지냈다.

▲전혜성 박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자녀교육이다.

전 박사는 4남 2녀 모두를 하버드대, MIT, 예일대 등 명문대에 보냈고, 두 아들(경주ㆍ홍주)을 미국 국무부 차관보로 키워내 ‘교육의 대모’로 불린다.

남편과 두 아들은 ‘지난 100년간 미국에 가장 공헌한 100인의 인사’에 올랐다. 전 박사의 자녀 교육법은 미국 교육부에 의해 아시아계 미국인 가정교육의 성공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 박사의 자식농사 비결은 국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적 있다. 우선 부모가 자녀들에게 롤모델이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부터 먼저 부모가 스스로 인생에 대한 답을 찾고 바른 모습을 보여주자 자녀들이 저절로 부모를 본받아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를 했다. 이른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연상케 하는 교육환경을 가정에서부터 조성했다. 그러면서 강조한 것이 ‘남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돼라”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마인드를 어린 시절부터 몸에 서서히 배도록 했다. 속물적인 이기심을 갖고 자기 몫만을 챙기려는 사람은 리더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사람은 타인들에게 “저 사람과는 오래 알고 싶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고 했다.

▲가풍(家風)이라는 것이 있다. 가족 구성원들의 생활양식이며 태도다. 그 집안의 특유한 분위기다. 이 가풍은 학교와 사회가 가르쳐주지 않는다. 가정에서 웃어른이 솔선수범하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은 ‘잃어버린 단어’가 되는 느낌이지만, 훌륭한 가풍은 시대를 초월한 유산이다. ‘은광연세(恩光衍世ㆍ은혜의 빛이 온 세상에 퍼진다)’의 혼이 담긴 김만덕상을 계기로 고광림 박사 집안의 가풍이 전혜성 박사를 통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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