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의 삶 응축된 제주어, 부활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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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소멸 위기 언어로 분류…도내외서 극복 위해 '고군분투'
▲ 지난해 탐라문화제 기간 진행된 제주어말하기 대회 모습.

‘제주어’는 제주 지역 전역에서 쓰는 제주인의 언어로 제주 사람의 삶과 문화가 응축되어 있다.
특히 제주어는 현대국어에서 사라진 ‘아래아(·)’ 등 훈민정음 창제 당시 한글의 고유한 형태를 간직하고 있어 옛 국어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제주어를 대체하는 표준어가 널리 쓰이면서 제주어를 모르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어지는 등 제주어를 반드시 사용해야 되는 이유가 사라지면서 제주어 사용이 줄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제주어는 2010년 유네스코의 ‘소멸 위기의 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제주사회는 본격적으로 제주어의 보전과 활용 방안을 논의, 제주어의 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먼저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어 보존 및 육성 조례’를 제정, 제주어 보존 계획을 수립하고 제주어 실태조사와 제주어보전육성위원회 운영, 제주어 보급과 교육 등을 실천할 수 있도록 명분화 했다. 올해 하반기 중에는 조례를 개정해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문화재 안내판과 관광지 안내판, 각종 문화·관광 안내 책자 등에 제주어를 병기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또 5년 단위로 수립하는 ‘제주어 발전 기본 계획’은 현재 2차 기본계획(2013-2017)이 수립·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10월 첫째 주 금요일부터 일주일 간(탐라문화제 기간)을 ‘제주어 주간’으로 지정, 제주어 축제 등 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도내 예술인들 역시 제주어를 창작 활동에 적극 활용하며 제주어 보전에 앞장서고 있다. 10인조 밴드 사우스카니발과 뚜럼브라더스, 양정원 등은 제주의 정서를 제주어 가사로 담아낸 노래로 제주어를 알리고 있다. 또 한곬 현병찬 선생과 한글서예사랑모임 등 도내 서예인들은 묵향에 제주어 사랑을 실어 보내고 있으며 문학인들은 제주어로 쓴 시집과 동화책 등을 발간, 제주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어보존회 등 도내 민간단체들은 ‘제주어 말하기 대회’와 ‘제주어 노래 대회’ 등을 개최하고 청소년들을 위한 제주어 교육 등을 실시하며 제주어 상용화의 힘쓰고 있으며 국내외 제주어 연구자들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제주어 문법·어휘를 정리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어의 보전과 활용 주체로 중요하게 다뤄지는 교육기관은 아직 제주어를 활용하는 데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제주어 보전과 활용하는 데 기대 이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학교 현장에서 창작동요 CD를 보급하고 과제물을 통해 제주어를 조사하도록 하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제주어 교육 정책에 대한 연구물도 다른 연구물에 비해 미비한 실정이다.


또 우리말의 뿌리인 지역어 보전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정부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이유로 계속해서 표준어 중심 정책을 펼치며 지역어 보존·활용 방안 모색을 외면하고 있다.
반면, 다른 프랑스와 미국,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경우, 교육과정에 지역어를 포함한다는 내용과 소수민족의 지역어 사용 등에 대해 규정한 법을 제정, 지역어 보존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대해 김순자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 연구원은 “언어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하게 언어유산을 잃어버리거나 없어지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언어는 생물 종이 생태계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처럼, 나름대로 생활방식을 가진 공동체의 일부분”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제주어 보전은 곧 제주 사람들의 삶과 문화, 역사를 지켜내는 일이자 제주사람들의 삶과 정체성을 지키는 길”이라며 적극적인 제주어 보존과 활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강영봉 제주어연구소 소장
“제주어는 제주의 문화와 정신의 집약체다. 제주어의 소멸은 곧 제주 문화와 정신의 소멸을 의미한다.”


평생 제주어 연구에 매진해 온 ‘제주어 명인’ 강영봉 제주어연구소 소장(67)은 지난 24일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제주어의 가치와 소중함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그는 지난 8월 초 제주시 영평동에 제주어를 전문적으로 조사·연구하고 교육할 제주어 연구소를 개소했다.


강 소장은 제주대 초대 총장이자 제주어 연구의 선구자인 故 현평효 선생의 영향으로 대학시절부터 제주어 공부를 하기 시작해 평생을 제주어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2014년 1만3800여 어휘에 ‘표준어로 찾아보는 제주어사전’을 발간한 바 있으며, 최근 문화적인 요소를 가미한 제주어 사전을 펴내기 위한 준비도 한창 진행 중에 있다.


강 소장은 “제주는 지리적 이유 등으로 방언 중에서도 오래된 어형을 간직하고 있어 국어사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며 “제주에서 전복을 ‘비바디’라고 하는데, 이는 전복을 ‘비’라고 명명했던 고려 시대 때 나온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강 소장은 제주어를 보전하기 위한 두 가지 노력에 대해 제언했다.
그는 “첫 번째 노력은 ‘방언이 열등한 언어’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다. 표준어가 ‘교양 있는 사람이 쓰는 언어’로 정의돼 있어 흔히 방언은 그 반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방언이 모여 표준어가 된다. 두 번째 노력은 이중 언어생활이다. 표준어를 쓸 땐 쓰되, 제주어는 써도 아주 좋은 말이기 때문에 가정 또는 사회생활을 할 때 적극적으로 사용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주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제주어로 표현하는 만큼 제주어를 통해 제주정신을 탐색하고 제주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제주어를 다시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래아(·)
우리말인 국어 자모는 40자이지만 제주어 자모는 그 보다 2개 더 많은 42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제주어 표기법(제주특별자치도 고시본)’에 따르면 제주어 자모는 모두 42개로 국어 자모보다 2개 더 많다. 이 가운데 아래아(·)가 있다.


제주어는 훈민정음의 대표적인 특징인 아래아(·) 표기가 남아있는 유일한 언어다.

하지만 아래아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사실 읽는 것조차 난감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아래아는 언제 쓰이고 어떻게 발음될까?


‘’은 ‘말’, ‘’은 ‘닭’처럼 아래아 대신 ‘ㅏ’로 발음했을 때 문제가 없다면 아래아로 쓰이다 현대로 와서 변형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반면, 올레나 도새기에서 아래아가 쓰이면 틀린 표현이다.


아래아(·)는 ‘ㅏ’와 ‘ㅗ’ 사이 소리로 발음해야 하지만 40대 중반 이하 제주어 화자 대부분은 ‘ㅗ’와 ‘·’를 구별하지 못해 ‘·’를 ‘ㅗ[o]’로 발음하고 있다.


아래아는 후설 원순 중저모음으로 실현, ‘ㅗ’를 소리 낼 때보다 입을 더 크게 하고 혀는 목젖 가까이 당길 때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똑똑하고 야무지다’를 의미하는 ‘요망지다’와 여러 명의 ‘요랏이’등에 쓰이는 쌍아래아는 o(이응)과 함께 첫 음절에서만 쓰이는 게 특징이다.


백나용 기자 nayo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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