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용 곤충 아이들은 ‘헤벌레’ 농가는 ‘애(愛)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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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생물종다양성연구소, 제주특산 곤충 복원 앞장
▲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생물종다양성연구소가 지난 21일 한라생태숲에서 어린이들이 참여한 가운데 인공 사육한 물장군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곤충이 애완용으로 뜨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사육이 가능하고, 배설물을 치울 필요가 없어서다. 아이들이 곤충의 성장과정을 짧은 기간 내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학습·애완용 곤충시장 규모는 500억원에 이르고 있다. 턱이 사슴뿔처럼 생긴 넓적사슴벌레는 한 쌍에 1만~3만원에 거래되면서 애완용으로 인기가 높다.

넓적사슴벌레는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제주에서만 서식하는 황갈색 두점박이사슴벌레는 희귀성이 높다. 앞가슴 등판 가장자리에 2개의 흑점이 있어서 두점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멸종위기종으로 법적 보호를 받아서 상거래를 하면 안 되지만 희귀성이 높아 마리 당 20만~3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곤충 마니아들이 두점박이사슴벌레를 포획하기 위해 서식지로 알려진 서귀포시 예래천을 찾을 정도다.

2006년 예래천에서 한 주민이 6.5㎝의 큰 수컷을 발견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두 개의 큰 턱은 수박을 자를 정도로 튼튼했다.

제주지역에 서식하는 곤충은 256종으로 이 중 전 세계에서 제주에만 분포하는 특산곤충은 77종(30%)에 이른다.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는 도내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희귀 곤충을 보호하고 증식 및 복원 연구를 하고 있다.

이곳에선 100여 마리의 두점박이사슴벌레를 인공 사육하고 있다. 암수가 교배해 알을 낳고 애벌레에 이어 번데기에서 탈피, 성충이 되는 전 과정의 인공 번식에도 성공했다.

대량 인공 번식이 가능하도록 최적의 기온과 동면 조건에 대해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개체 수가 늘어나면 자연에 방사하거나 학습용 등 공익 목적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생물종다양성연구소는 2011년 환경부로부터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에 대한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돼 곤충의 증식 및 복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양경식 선임연구원은 2008년 멸종위기종 물장군 인공 사육 및 증식에 성공, 이듬해인 2009년부터 자연에 방사해 개체군 유지와 종 복원에 기여하고 있다.

그동안 물장군 400여 마리를 인공 증식했고, 200여 마리를 연못과 습지에 방사했다.

물장군은 동종포식을 할 정도로 습지의 제왕으로 꼽히고 있다. 주둥이에 달린 침으로 먹잇감을 마비시킨 후 분해효소를 주입해 녹여 먹기 때문에 천적이 없을 정도다.

이에 따라 연구소에선 각각의 케이지(어항)에서 물장군을 사육하며, 매일 살아있는 금붕어 3마리를 넣어주고 있다. 금붕어를 먹잇감으로 공급하기 위해 수족관을 별도로 설치했다.

양 연구원은 “물장군은 습지의 최상위종이어서 지속적으로 방사할 경우 미국에서 유입돼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황소개구리 등 외래 유입종 퇴치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에선 또 멸종위기종 애기뿔소똥구리에 대한 인공 사육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300여 마리를 증식했고, 150여 마리를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애기뿔소똥구리는 마소의 방목이 줄면서 지금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양 연구원은 “두점박이사슴벌레 등 제주 특산곤충들이 농약 살포와 재선충병 방제 등으로 번식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며 “청정한 생태계를 되찾고 곤충산업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멸종위기 곤충의 보존과 복원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지난해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오산 물향기수목원에서 개최한 곤충산업 기획전시회에서 어린이들이 곤충을 재료로 만든 쿠키, 양갱 등을 맛보고 있다.

▲곤충은 미래의 식량난 해결할 대안 

 

영화 ‘설국열차’에서 꼬리 칸에 탄 가난한 승객들은 끼니때마다 바퀴벌레를 갈아 만든 단백질 블록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공상영화 속 한 얘기이지만 먼 훗날 현실이 될 수도 있다.

 

2013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곤충을 미래의 식량난을 해결해 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곤충은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선 몸에 좋은 칼슘과, 철, 아연 등 무기질이 풍부한 귀뚜라미를 많이 먹는다.

 

우리나라도 누에나방의 번데기에 양념을 곁들인 뒤 삶아서 조리한 번데기를 즐겨 먹고 있다.

 

국내에서 누구나 먹고 이용할 수 있는 식품원료로 갈색쌀거저리 애벌레(고소애), 쌍별귀뚜라미, 메뚜기, 누에번데기, 백강잠 등 5가지가 있다.

 

또 흰점박이꽃무지(굼벵이)와 장수풍뎅이 유충은 한시적으로 승인받은 업체에서만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경북 예천군 지보면 소화리에 있는 한 과자 공장에선 갈색거저리와 흰점박이꽃무지를 말려 갈아 만든 분말이 함유된 한과(곤충과자)를 지난해 추석절에 출시해 1000만원어치나 팔았다.

 

기름에 볶은 갈색쌀거지리에 대해 이상호 곤충산업협회 제주지부장은 “새우과자보다 더욱 아삭하고 담백해 고소한 맛의 풍미가 난다”며 “맥주 안주로 최고”라고 말했다.

 

북미지역에서는 식용 귀뚜라미를 취급하는 기업만 30곳에 이른다.

 

뉴욕 레스토랑에서는 소고기 대신 귀뚜라미를 넣은 햄버거를 팔고 있다.

 

도쿄 식당에서는 벌의 애벌레로 만든 ‘하치노코’를 선보이고 있다. 멕시코는 곤충으로 통조림과 과자, 사탕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앞으로 곤충은 소득 증가가 정체되며 활력을 잃어가는 농가에 새로운 소득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현재 3000억원 수준의 국내 곤충산업이 2020년 5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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