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담은 예술이 세월 더해 불후의 명작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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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문화유산은 제주의 보물
▲ 사진 위로부터 국토 최남단에 위치한 마라도 성당, 국내 최초 사립미술관인 기당미술관, 故김중섭 선생이 설계한 소라의 성, 옛 대정 면사무소 건물.

건축(建築)의 사전적 의미는 물질적인 재료를 이용하여 인간 생활에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 내는 예술. 또는 그렇게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빼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제주를 찾는 귀농.귀촌인이 늘면서 근래들어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제주의 독특한 환경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건축문화유산이다. 자연과 인간의 삶이 조화된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편집자주>

 

▲주요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건축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 활발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포도호텔과 방주교회,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안도 다다오의 본태박물관과 지니어스 로사이, 추사 김정희의 절제미를 표현한 승효상의 제주추사관 등 전국 어느곳에 있는 건축물과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 ‘건축 작품’이 제주 곳곳에 산재해 있다.

 

본지도 올해 초부터 서귀포시지역을 시작으로 도내에 산재해 있는 건축물에 대한 연재에 들어갔다.

 

‘이야기가 있는 건축 기행’이란 타이틀이 내걸린 연재를 통해 도내 곳곳에 숨겨진 건축물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지역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제대로 알자는 취지다.

 

건축 자원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부산, 대구, 인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도 일찍이 건축 자원을 활용해 근대 건축물 거리 조성, 골목길 투어, 건축문화 해설사 양성 등의 사업을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의 경우 ㈔부산국제건축문화제를 중심으로 2006년 12월부터 매년 건축과 도시를 소재로 한 문화체험인 ‘도시건축시민투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 중구청은 다양한 근대문화유산을 길과 건물에 얽힌 이야기와 엮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골목길 투어 프로그램이 추진되고 있다.

 

인천은 1883년 인천항 개항 당시 지어진 근대건축물을 복원 또는 리모델링해 ‘인천 아트플랫폼’, ‘근대건축 전시관’ 등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2012년 중구투어 코디네이터를 도입,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받으며 도보로 관광하는 테마관광코스를 개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서귀포시의 경우도 올해부터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과 이야기와 역사가 있는 건축물, 제주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활용한 ‘건축기행 프로젝트’를 추진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공모사업에 ‘아름다운 건축문화기행’ 사업이 선정됨에 따라 올해부터 내년까지 사업비 5억2000만원이 지원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건축물을 탐방하는 코스개발 및 기행상품 개발에 나선 것이다.

 

▲서귀포시 건축 자원

 

서귀포시, 아니 제주 건축문화 기행의 출발점은 대정읍이다.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일원에 산재해 있는 비행기 격납고와 일제 동굴진지를 비롯해 섯알오름 학살터, 육군제1훈련소 건물 등은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문화유산이고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야 하는 중요한 건축물이다.

 

대정읍을 중심으로 한 서귀포시 서부권에는 한국전쟁 당시 강병(强兵) 육성의 요람이었던 강병대교회 등 주요 등록문화재 외에도 ‘도대불(등명대)’, 방주교회, 본태박물관, 제주추사관, 대정향교, 옛 대정면사무소 등이 분포돼 있다.

 

동부권에는 ‘제주학’의 선구자이자 나비 박사로 유명한 석주명 선생의 흔적이 남아있는 석주명 연구소(현 제주대학교 부설 아열대농업생명과학연구소)와 국내 최초의 시립미술관인 기당미술관, 제주의 오름과 테우를 형상화 한 제주월드컵경기장, 한국 건축계의 거장 김중업 선생이 설계한 소라의 성과 옛 제주대학 농과대학(현 서귀중앙여자중학교) 건물, 정기용 건축가가 설계한 서귀포기적의도서관, 도자를 모티브로 해 설계한 왈종미술관, 제주의 오름 등에서 영감을 얻어 지은 신영영화박물관 등 소중한 건축물 자원이 보석처럼 펼쳐져 있다.

 

서귀포시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테마별 건축물 현황에 따르면 ‘세계적인 건축가 작품’ 10동, ‘제주 전통 건축물’ 11동,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건축물’ 21동,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축물’ 41동 등 총 83동이다.

 

우리의 삶에 있어 기본이자 필수 요소인 건축에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단지 비와 바람을 피하기 위해 지은 단순한 건축물을 뛰어넘어 자연을 거스르지않으면서도 포근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건축물을 비롯해 선조들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같이 한 건축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자연이 건축을 담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그럴 생각도 없고 어떤 명품 건축이라도 반갑지 않다. 자연이 건축을 부르는 것이 아니기에 건축이 자연에 어떻게 다가가는지의 문제다…(중략)…건축이 자연을 잠시 빌려 쓰는 것일 뿐이니 돌려줄 생각을 해야 한다. 건축은 자연과 친화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훨씬 더 겸손해야 한다’(김석윤 외 2인 저, ‘건축의 섬, 제주로 떠나는 현대건축여행’ 중)

 

 

▲ 김태일 제주학교 건축학부 교수

▲<인터뷰> 김태일 제주학교 건축학부 교수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다큐투어리즘’ 등 제주 곳곳에 산재해 있는 건축물을 활용한 관광상품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소중한 건축물 자원을 활용한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건축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대규모 관광리조트 개발을 통한 관광객 유치 활동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며 “앞으로는 지역에 있는 건축물을 활용해 주민 주도로 소득자원으로 연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각 지역별로 분포된 건축물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공간적 성격, 건물의 특징 등을 세분화 해 탐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건축물에 대한 과다한 상업자본의 관심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등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단편적으로 잘 보여주는 건축물의 경우 난개발에 따른 보존방안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건축물을 활용해 지역 소득과 연계시킬 수 있는 관광 상품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자연과 조화로운 아름다운 공공 건축물이 지어질 때 민간부문에서도 자연스럽게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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