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人情)이 메말라 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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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전 탐라교육원장/수필가

TV를 켰더니, 마침 ‘동물의 왕국’이 나온다.

넓은 들판에 수많은 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여유롭게 풀을 듣고 있다. 그런데 사자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임팔라의 목을 물어 숨통을 조인다. 그리고는 게걸스럽게 먹어댄다. 평화롭던 초원은 정적이 감돌고 삽시에 공포 분위기가 소용돌이친다. 상대방을 용서하거나 배려하는 마음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고, 냉혹한 약육강식의 법칙만이 존재할 뿐이다.

세상사 이와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사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모든 생물들이 살아가는 데는 그들만의 영역이 있다. 그곳은 다른 것들이 침범할 수 없는 자신들의 활동 영역이다. 이 공간은 조상 때부터 살아왔던 터전이거나, 힘으로 밀어붙이거나 억지로 만들어 놓은 곳도 있을 것이다. 영역이라는 것을 일단 정해 놓으면 나름대로 마음 놓고 안전하게 활동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역에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게 되어 소통과 배려의 마음이 없어지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요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집 앞이나 옆에 각종 물건을 갖다 놓고 자신의 영역임을 알리는 노상 적치물을 보게 된다. 이 노상 적치물은 다른 차는 세워서는 안된다는 암묵적인 표시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불법이다. 그럼에도 자신들만의 영역이라 정해 놓고는 법은 안중에도 없다. 이러고도 민주시민이라고 할 수 있을지.

며칠 전 읽은 대조적인 두 신문 기사다.

‘마을어장에서 해산물을 채취를 놓고 도민·관광객과 어촌계 사이에 크고 작은 마찰이 일어났다’고 한다. 일부 해녀들이 마을어장을 개방하고도 해조류를 따는 도민과 관광객들을 제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얼굴을 붉히고, 심지어 벌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낸 사례까지 있다고 하니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우리 사회가 배려하는 마음이나 인정이 메말라 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리다.

또 다른 기사는 ‘퇴근 시간 막히는 평화로서 차량들 구급차에 길 터줘 흉통을 호소하는 80대 할머니가 후송되어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모슬포에서 제주로 이송 당시 평화로는 퇴근하는 차량으로 붐볐고, 막힌 차들로 병원까지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사이렌이 울림과 동시에 이곳을 진입한 차들이 양옆으로 길을 내주었던 것이다. 병원까지 보통 1시간가량 걸리는 시간을 20분이나 단축한 시간에 도착해 강 씨의 목숨을 구했다.

두 기사를 읽으면서 한 하늘 아래 같은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배려하는 마음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농촌을 떠난다고 아우성이다. 그럴 만한 원인이 있을 듯하다. 품앗이도 없고, 고향에 대한 추억들도 세태(世態)에 밀려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인심도 예전 같지 않다.

소싯적 고향의 추억을 더듬던 바닷가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는 형편이고 보면 고향을 등질 수밖에….

지금이라도 오지랖 넓게 마음을 넉넉히 지녀야 한다. 너와 나가 아니라 ‘우리’라는 좀 큰 울타리를 두르고 살아야 한다. 자신만이 살길을 찾다보면 자신은 물론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꼴이 된다.

상대를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삶의 질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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