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징(亡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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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미디어국장

인도 건국의 아버지 간디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곱 가지 죄가 있다고 했다.

 

그 첫째는 ‘원칙 없는 정치’이고, 둘째 ‘도덕이 빠진 상업’, 셋째 ‘노력 없는 부(富)’, 넷째 ‘인격이 빠진 교육’, 다섯째 ‘양심이 마비된 쾌락’, 여섯째 ‘인간성 없는 과학’, 마지막으로 ‘희생이 빠진 종교’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원칙 없는 정치’를 으뜸가는 죄로 꼽았다.

 

간디가 설파한 망국론이 8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 사회에 어찌 그리 잘 들어맞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전국시대 사상가 한비자도 나라가 망할 징조(망징·亡徵)를 총 마흔일곱 가지로 설명했다.

 

망징은 크게 ‘분열’, ‘부패’, ‘무원칙’, ‘안보 해이’, ‘가치 혼돈’로 정리할 수 있다.

 

이 또한 요즈음 한국사회의 자화상과 다름없이 다가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정치세력 간 갈등은 동서고금 어디나 있다.

 

그럼에도 조선후기 당쟁이 유독 거센 비판을 받는 건 어째서일까.

 

나라가 만신창이가 된 왜란·호란을 겪고도 백성은 안중에도 없이 권력다툼을 벌인 탓이다.

 

작금의 정치판을 보면 딱 조선시대의 ‘사색당쟁(四色黨爭)’이다.

 

‘사색’은 동인에서 갈라진 남인과 북인, 서인에서 분파한 노론과 소론을 말함이다.

 

이들의 당파 싸움은 요직에 대한 자리다툼이 시초다.

 

선조 때 인사를 담당하는 이조전랑을 둘러싼 서인과 동인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정5품과 6품의 낮은 자리지만 공론을 수렴하는 등 권력의 향배를 결정짓는 직위였다.

 

이로 인한 갈등은 급기야 왜란 대비책을 놓고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았을 정도다.

 

200년을 넘긴 양반들의 당쟁은 어쨌나.

 

끝내 망국으로 귀결됐다.

 

▲지금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밖을 보면 나라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안보상 문제가 갈수록 험악해지는 마당이다.

 

안으로는 정치적 내홍이 끊이지 않는다.

 

그나마 어느 것 하나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그게 더 심각하다.

 

요즘 파행으로 헛도는 국정감사 역시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과연 우리 정치가 전방위 위기에 처한 나라를 이끌만한 최소한의 역량이라도 갖췄는가.

 

너도나도 ‘개혁’·‘혁신’을 외치지만 이를 메아리로 여기는 국민이 많다.

 

정치의 실패는 곧장 통치의 실패요, 국가의 패망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여야 정당들이 어째 조선의 당파세력을 빼닮았는지 늘 걱정이 뒤따른다.

 

앞에 간 수레가 엎어진 걸 보고도 경계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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