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제주 관광 영어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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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제주대학교 교수 영어교육과/논설위원

제주를 여행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하는 성산일출봉 주변을 거닐고 있으면 일출봉을 간략히 소개하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등 네 개의 언어로 약 1분마다 번갈아 가며 원어민이 직접 일출봉에 대해 말하는 정보를 듣게 된다.

성산일출봉 뿐만아니라 제주의 유적지나 관광지에는 영어로 그 역사나 특성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예를 들어 보물 제322호인 “관덕정은 조선 세종 때인 1448년 안무사 신숙청이 병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세운 제주도의 대표적 건물로서, 제주목 관아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로 시작된다.

필자는 여기서 지금과 같은 제주 관광 영어 안내 방송이나 영문 안내판 대신에 두 사람이 영어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이른바 대화형 영어 안내 방송이나 안내판을 제작하자는 것이다.

성산일출봉은 언제, 어떻게 형성된 화산체이며, 높이(해발)는 몇 미터이고, 정상에는 무엇이 자리하는지, 왜 영주십경 중 하나이며, 세계자연유산에는 언제, 무엇 때문에 등재되었는지를 영어로 질문하고 영어로 응답하는 방법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관덕정도 언제, 어느 시대에, 누가 세웠는지 등을 영어로 묻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영어 대화식 관광 안내를 하게 되면 관광지에 대해 양방향의 소통이 이루어져 더욱 친근감을 갖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성산일출봉의 형성 과정에 대해 무미건조한 문장으로 구성된 영문 텍스트(text)를 원어민 한 사람이 혼자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을 듣는 것보다는 영어 원어민 두 사람이 일출봉에 관해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듣는 것이 훨씬 다정하고 편안하지 않겠는가.

제주의 관광 명소 안내판을 산문(散文)형이 아닌 대화형으로 바꾸었을 때의 장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관련 내용을 제주 관광영어라는 소책자로 만들어 관광안내소나 호텔, 각 읍·면·동 사무소에 배치함으로써 외국인은 물론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할 수 있다.

특히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영어상용화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학생들은 방과 후 시간 등을 활용하여 역할극 기법으로 관광영어를 배우게 됨으로써 의사소통능력은 물론 제주의 역사나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론 관계당국에서는 예산 부족으로 영문 관광 안내문을 새로운 형식으로 바꾸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의 영문 관광 안내판을 토대로 해당 유적지나 관광지의 특성에 적합하도록 영어 대화형 문장으로 고치고 녹음하는 작업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바꾸려고 하는 강한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외국인 방문객들을 포함한 제주의 관광객들의 수가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해가 갈수록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때 제주특별자치도만이라도 타 시·도가 생각하지 못하는 대화형 영어 관광 안내 방송이나 안내판을 만들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게 보이지만 그런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 제주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제주의 역사나 민속과 문화 및 자연을 영어로 소개하는 일을 담당하는 영어 문화유산해설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설치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관광 목적으로 제주에 왔을 때 제주의 특성과 문화 및 자연의 아름다움을 영어로 유창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관광해설사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문화관광산업이 발전하는 것과 더불어, 제주의 문화관광해설사들의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영어를 훌륭하게 구사하는 해설사들이 제주의 국제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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