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비오 신부님과 하일성 선생의 영전에
조비오 신부님과 하일성 선생의 영전에
  • 제주일보
  • 승인 20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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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제주퇴허자명상원장

얼마 전 두 사람이 우리 곁에서 떠났다. 광주 5·18의 산증인인 조비오 신부와 한국 야구계의 전설이자 방송인인 하일성 선생이 바로 그 분들이다.

나는 이들과 묘한 인연으로 만나 서로 친분을 이어 왔는데 막상 세연(世緣)을 달리하고 보니 못내 아쉽고 섭섭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어 조사를 대신하여 이 글을 남긴다.

인간의 죽음을 두고 생자필멸(生者必滅)이니 홍로일점설(紅爐一点雪)이니 인생일장춘몽(人生一場春夢) 등의 말을 한다. 그것은 아마도 떠나는 이와 보내는 이의 아쉬운 작별 때문에 생겨난 말들이 아닌가한다.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 이 세상에 생겨난 것들은 모두 한결 같이 사라짐을 속성으로 한다. 어쩌면 천하만물은 사라지기 위해 잠시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을 불가(佛家)에서는 잠간 머물다 간다고 하여 잠유(暫有)라고 부른다.

조비오 신부와의 인연은 내가 뜻한 바 있어 삼대종교화합운동을 몇 년째 진행하던 중 방철호 목사와 셋이서 의기투합하여 1998년 4월 12일 광주 대각사 마당에서 천주교, 개신교, 불교의 3대종교가 화합과 친교를 목적으로 대동단결하는 ‘야단법석(野壇法席)’의 큰 잔치를 벌이게 되면서 만남이 이루어졌다.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는 것은 종교인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이 세 사람을 하나로 움직이게 하였다.

당시 많은 언론매체들이 동원되어 우리의 이러한 숭고한 뜻을 보도하는데 주저하지 아니 했다. 광주 BBS 불교방송은 우리 세 사람을 녹화 방송하여 적극 홍보하는 데 협조하였다.

그 날 대각사 마당에는 광주불교사암연합회 합창단이 한복차림으로 등단해 주었으며 광주지역 스님들과 개신교, 카톨릭, 불교 신도들이 대거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었다. 그런데 하필 그 날 하늘에서 억수로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이 내리는 통에 참으로 난감했는데 평소 가까이 지내던 전남대 법대 학장 정환담 교수가 내게 다가와 뜻밖의 질문을 하였다. “스님! 콘크리트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아십니까?” 나는 조금 퉁명스럽게 답했다. “아! 그야 시멘트, 모래, 자갈이지요” 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아니라고 하였다.

“스님! 콘크리트가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시멘트, 모래, 자갈 위에 물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듯이 오늘 내리는 이 빗물은 불교, 천주교, 개신교가 더욱 견고하게 화합하도록 하나님도 부처님도 크게 돕고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순간 내 가슴이 뭉클, 많은 위안이 됐다.

하일성(心農) 선생과의 인연 역시 잊지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그는 젊어서 한때 방황도 많이 했지만 어느날 베트남 참전용사로 전쟁터에서 깨달은 바가 있어 마음을 잡고 체육교사가 되어 야구에 심취, 야구감독을 거쳐 한국야구총연맹(KBO)의 사무총장을 역임하였다. 그후 야구해설과 방송인으로 활동을 전개하면서 야구계의 전설적 인물이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치않게 특강하는 자리에서 그와 알게 되었고 부부동반으로 광주대각사까지 찾아오는 친교를 맺게 되었다.

그런 인연으로 하일성 부부에게 심농(心農:마음의 농사꾼)과 수자타(修慈陀:부처님께 최초로 공양을 올린 여인)라는 불명 겸 아호를 붙여주기도 했다.

조비오 신부님과 하일성 선생의 영전에 분향과 함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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