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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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영남대 교수 문학평론가/논설위원

성서에 등장하는 ‘착한 사마리아인’ 비유는 이웃에 대한 선행과 사랑을 이야기할 때 널리 인용된다. 누가복음에 소개된 착한 사마리아인은 예수가 한 유대인 율법교사의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가운데 등장한다.

이야기는 이렇다. 한 유대인이 길을 가다가 강도를 만나 가진 것을 다 빼앗기고 몸에 상처를 입었다. 길 가던 사람들은 모두 쓰러진 그를 외면하고 제 갈 길을 재촉한다.

반면 사마리아인 한 사람은 그를 부축해 일으키고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부어 치료한 뒤 가까운 여관으로 데려가 숙박케 한다.

이를 본 예수는 착한 사마리아인이야말로 진정한 이웃의 행동이라고 하면서 위급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는 일이 곧 사랑의 실천이이라고 역설한다.

예수와 마찬가지로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인(仁)을 실천하는 사람이며 최상의 인은 자기생명을 희생해 남의 목숨을 구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이다.”고 했다. 나아가 공자는 “인간의 인간됨은 인의(仁義)를 실천하는 데 있다.”고 가르친다.

군자는 어떤 것이 의(義)인지를 잘 알고, 소인은 어떤 것이 이익인지를 잘 안다. 따라서 군자는 어찌하면 훌륭한 덕(德)을 갖출까를 생각하고, 소인은 어찌하면 편히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생명에 대한 애착심을 지니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목숨에 대한 애착은 가장 크고 강렬하다. 따라서 인과 의를 실천하는데 최고의 걸림돌이 되는 것도 자신의 목숨이다.

그렇지만 이 각박하고 이기적인 세상에서 타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친 의인(義人)들은 많다.

일본에서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 씨. 세월호 구조작업을 돕다 유명을 달리한 민간 잠수사 이민섭 씨와 기간제 교사 김초원·이지혜 씨, 원룸 건물 화재 현장에서 입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다니다가 숨진 안치범 씨가 그들이다.

잠든 이웃들을 화마로부터 구하고 정작 자신은 불길과 연기를 피하지 못해 숨진 ‘초인종 의인’ 안치범 씨의 사연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남겼다.

장한 아들을 둔 뿌듯함이 크다 한들 어찌 자식을 먼저 보낸 단장(斷腸)의 슬픔에 비하겠는가. 그을리고 상처 난 아들의 사진을 보며 어머니는 영정을 붙잡고 오열했다.

젊은 의인(義人)은 유족의 눈물을 뒤로하고 영영 떠났다. 28세 취업 준비생이었던 청년이 불난 건물에서 방마다 눌렀을 초인종은 모두가 자기 살길을 찾느라 바쁜 이 각박한 사회에 대한 무겁고도 엄숙한 경고였다.

그가 실천한 인(仁)은 우리사회를 위한 사랑과 소통과 씨앗을 위한 실천이다. 인간을 사랑할 줄 모르거나 남들과 대화할 줄 모른 채 외골수로 막혔거나 씨앗을 피우지 못하는 사람들은 의롭지 못하고 어질지 못한 사람이다. 의(義)와 인(仁)은 부단한 노력으로 꽃피울 수 있는 인간 최고의 덕목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남의 일에 간여하려 하지 않는다. 험한 세상에서 남의 일에 끼어든다는 것은 자신의 이익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골치 아픈 일이 뒤따를 것이라는 의식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갈수록 타인의 성공을 돕는 가치의 중요함보다는 나를 우주의 중심에 둔 채 자신의 성공과 행복만을 추구하는 경향에 빠져 있다. 이러한 흐름은 공동체적 삶의 의미와 가치를 갈수록 멀리하게 한다.

이 각박하고 이기적인 세상에서 의롭고 어진 의인들이 많이 등장할수록 우리사회는 보다 밝고 건강한 인간공동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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